책을 읽는다는 건 책 속에 있는 정보나 작가의 감정을 습득하는 일뿐만이 아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첫 단어를 힘주어 한 번 보고서는 무의식적으로 문장을 읽다가 문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상에 빠져들 때가 있다. 현실에 엇비슷할 달콤한 상상을 잠깐 하고서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문장을 읽어나간다. 그리고 문장 속에서 튀어 보이는 단어에 또다시 정신을 다른 곳에 둔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공상의 시간보다 문장을 읽고 그 문장 속 작가에 감화되는 시간이 비로소 길어지고, 공상을 하고 싶은 마음을 작가와 감화되고자 하는 마음이 이길 때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시간은 더욱더 길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공상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뇌 안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무중력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무중력인 상태의 뇌는 이제 내가 아닌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쓴 작가가 되어 있다. 한없이 읽어내려가다 보면 또다시 튀어 보이는 단어가 나오고, 나와 달라서 튀어 보였던 그 단어가 바늘이 되어 무중력 공기 풍선을 터트린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지부진하게 반복하는 것이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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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강민경
인스타그램 @mk_lalala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