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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쓰레기장을 고치면 곳간이다

by 강민경
쓰레기장을 고치면 곳간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가 자기 생각들을 기록한 구글 드라이브를 정리했다면서 한 이야기예요. “정리하지 않았을 때에 드라이브 속은 쓰레기장이었는데, 정리를 하고 나니 곳간이더라”라는 말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곳간의 곡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렇게 보니 제 머릿속은 쓰레기장이었습니다. 곳간 속 곡식이라고 생각했던 머릿속 아이디어와 문장들은 정리하지 못하고 쌓아둔 탓에 유통기한이 다하거나 혹은 지났습니다. 이미 기억 속에 잊히면서 아마 어느 한 곳에서 썩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니 아찔하네요.


어쩌면 쓰레기장이고 어쩌면 곳간인 제 머릿속을 누가 정리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니, 스스로 치워야겠지요. 집안에 갇혀 우울해졌던 이유는 머릿속이 썩어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썩은 내가 나니 공기정화 좀 하라는 신호였을 지도요. 요즘은 매일같이 밖으로 나갑니다. 일부러 걷고 커피를 마시고 또 걷고 차를 마시고 햇빛을 쐽니다. 걸으면 다리의 보폭 혹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뇌가 운동하거든요. 그 운동의 역동성에 기대 곳간의 아이디어들이 퉁퉁 튀면서 정리가 되죠. 움직이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정리된 것을 아이패드 문서창을 열고 꺼냅니다. 곳간을 흔들어 떠오른 것들이 또 어느새 숨어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르니 재빨리 카페에 들어가 아이패드를 열어야 합니다. 사실 이 모든 걸 ‘정리’하기 위해 계획한 건 아니지만, 어느 한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서는 꿰맞추어 봤습니다. 잘 꿰맞춰진 걸 보니 정답이었나보다 하는 거죠.


여러분들의 곳간은 어느 상태인가요? 혹여 좋은 아이디어를 바로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어질러져 있다면, 뇌를 흔들어보세요. 디스크 정리하듯 맞추면 머릿속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으로 공기가 통하면 숨이 좀 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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