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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코어

by 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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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먼지는 석양을 더 화려하게 만들어줘요. 그 광경을 본 사람은 본능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보게 되죠.” “그런데 바그다드에서 섬뜩한 건 바로 그 시간이 박격포 공격에도 더없이 좋은 시간이라는 거예요. 미군의 공격형 헬리콥터가 타격 대상을 찾아 돌아다닐 때 먼지가 뿌옇게 일어서, 땅에서는 헬리콥터가 잘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석양이 유독 아름다운 날에는 박격포가 떨어질 거라고 예상할 수 있어요.”

수영의 이유, 157p 중에서


아름다움은 어떤 감정이 뭉쳐져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그 홀로 자체로 독립되어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건, 일상에 방해가 되건, 내 몸과 내 재산에 피해가 되는 일이 생기건 간에 아름다움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을 홀리게 합니다. 그건 특히 자연현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요. 인공적으로 만들지 않은,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신비로움 앞에 우리는 ’아름다움‘에 풍덩 빠져들고는 합니다. 순간 사람을 마비시키고 온 머리와 온 가슴의 질서가 무너지는 현상이 아름다움일 거예요.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 형상에 있는 게 아니라 숙명적으로 덧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낭만파 사람들이 설명했다고 하는데요. 온 머리와 온 가슴의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진다고 해도 그 현상은 곧 다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나의 미래, 나의 시간을 가져간다면 그건 이제부터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건이 되고 감정이 되겠지요. 아름다움은 ‘덧없어서’ 의미가 있는 것이겠습니다.


덧없기 때문에 그 발견 자체로 순수한 게 바로 아름다움이겠습니다. 우리는 때론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름다움은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손안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질서 없이 충동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사건입니다. 그러니 아름다움이 우리의 눈과 귀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겠죠. 위험이 눈앞에 다가와도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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