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글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있었다”
눈사람은 녹아가고 있었다. 단단하게 뭉쳐있던 얼음 결정들의 결합은 느슨해지고 눈사람은 유연해져 있었다. 욕조에 누운 눈사람은 피곤해 보였다. 어딘가에서 고생하다 온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 매서운 바람을 맞았던 것일까?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물방울은 욕조 바닥을 조금씩 짙게 만들었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고 녹아내리는지, 녹아내리는 눈사람의 결정이 물방울인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눈사람은 녹고 있었다. 팔다리는 늘어져 가고 어깨는 처져 가고 얼굴은 풀어졌다. 따라서 눈가도 아래로 흐르고…눈사람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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