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있었다”
눈사람은 녹아가고 있었다. 단단하게 뭉쳐있던 얼음 결정들의 결합은 느슨해지고 눈사람은 유연해져 있었다. 욕조에 누운 눈사람은 피곤해 보였다. 어딘가에서 고생하다 온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 매서운 바람을 맞았던 것일까?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물방울은 욕조 바닥을 조금씩 짙게 만들었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고 녹아내리는지, 녹아내리는 눈사람의 결정이 물방울인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눈사람은 녹고 있었다. 팔다리는 늘어져 가고 어깨는 처져 가고 얼굴은 풀어졌다. 따라서 눈가도 아래로 흐르고…눈사람은 웃고 있었다.
오늘 수업 시간에 한 ‘문장에서 영감받기’의 예시였어요. 즉석에서 꺼낸 마인드맵이 마음에 들어 글로 풀어봤습니다. 꽤 마음에 들어 공유해 봅니다.
제 수업은 영감을 받는 걸 기초로 하는데요. 아무래도 머릿속에 있는 걸 보이게끔 꺼내는 걸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영감을 받아도 표현 못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영감은 누구든 받거든요. 그런데 그걸 눈으로 보이게 쓰는 게 익숙지 않아서 어렵게 느끼시더라고요. 근데 그건 어려운 게 아니라 습관이 되지 않아 낯선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진짜 말도 안 되는 생각이어도 꺼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걸 어려워하시는 분들에겐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문장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인가요?” 그럼 다들 대답을 하십니다. 저는 “바로 그걸 쓰시면 돼요”라고 하죠. 사실 제가 즉석에서 선보였던 눈사람 마인드맵을 들여다보면 대단한 건 없거든요. 그냥 누군가 듣거나 보면 “뭐야 그게”라고 핀잔을 하거나 “별 거 없네”라고 넘길만한 것들이에요. 이런 사소한 것들이 글이 됩니다. 이게 멋져서 계속 글을 써요. 제 글을 보시는 분들도 제 글을 읽고 뭔가 떠오르는 게 있으셨다면, 어딘가에 끄적여 보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눈사람은 욕조에 어떻게 녹아내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