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는다, 무더위 때문에 고생한다는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저에게는 실제로 상상 가능한 말입니다. 뜨거운 기온, 물기 어린 습기가 피부 속으로 스며들면 그게 이상하게 입으로 억지로 욱여넣다가 체하는 느낌이 듭니다. 또, 구미호뎐 1938 10회인가에서 요괴가 다른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장면이 더위를 먹는 상상과 딱 닮아있어요. 어쨌든 포인트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게-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억지로 몸 속에 들어온다는 겁니다. 원하지 않는 걸 맞닥뜨리면 몸과 정신은 그걸 피하려고 애쓰잖아요. 더위는 그걸 피할 새도 없이 은은하게 몸을 잠식시켜 나갑니다. 애쓸 겨를도 없이 퍼진 더위에 몸과 정신은 체하고 축나버리죠.
더위 먹는다는 말은 옛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에서 유래한 말이기도 합니다. 여름이 되면 더위에 지쳐 몸이 상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옛날에는 그 때문에 죽는 사람도 많았다고 해요. ‘더위’라는 말은 더운 기운이라는 뜻과 함께 더위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고요. 더위 먹는다는 말은 더위 때문에 몸이 상한다는 뜻인 거죠. 질병을 몸이 삼킨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겠죠? 억지로 먹은 질병은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고, 제 경우에는 실제로 두통, 구토감, 설사, 어지러움, 발열 등이 동반되면서 살이 쭉쭉 빠집니다. 숨도 잘 안 쉬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체한 증상과 비슷하네요? 역시 더위 먹는다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어제오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더위가 여러분 몸을 집어삼키지 않기를 바라요. 아프지 마시고, 몸 관리 잘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