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글
“참 단순한 맛을 가진 고구마순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아주 복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요즘은 손질된 것도 팔지만 예전에는 살아서 밭으로 갈 듯한 싱싱한 이파리들을 묶어서 팔았거든요. 생으로 파는 고구마순을 사다가 겉의 껍질을 벗겨내야 합니다. 뿌리 부분 끝 쪽을 손톱으로 끊어내면 껍질이 딸려 벗겨지거든요. 한 번에 벗겨지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중간에 끊겨버리면 성질이 납니다. 계속 껍질을 까다 보면 손톱 밑 살이 고구마순에서 나오는 물에 절여져서 아리고요. 부지런히 껍질을 깐 고구마순은 한 번 삶아내야 합니다. 너무 푹 삶으면 아삭거리는 감이 사라지고, 너무 안 익히면 맛이 없기 때문에 적정한 익힘 선을 찾아야죠. 사실 시간과 노력 대비 얻는 양은 많지 않습니다만, 한번 삶아두면 고등어찜도 해 먹고, 나물도 해 먹고, 김치도 담가 먹고,
…
30여 년 동안 식탁에 올랐지만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고구마순이 반가운 건 아마 어렸을 적 엄마 옆에서 고구마순 껍질을 까던 기억이 나서일 지도요. 그 기억 때문에 맛을 모르고 지내고 싶었던 시간도 있었고, 그 기억 때문에 맛을 보려고 젓가락질하게 된 마음도 있고요.”
#하루일글 7월 22일 letter 중에서
하루일글 '매일 보내드리는 영감 일기'
일상에서 얻은 질문 그리고 그에 따른 영감을 써내려갑니다. 하루 중 시간이 나실 때 잠깐 읽어보실 수 있는 정도의 길이입니다. 글 속에는 영감을 받게 된 질문 혹은 여러분께 전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질문을 통해 여러분의 영감도 찾아내보실 수 있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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