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빠져드는 과정은 페스츄리 결을 한 단계씩 통과하는 것과 같다.
현실-현실인데 꿈이 섞인 층-꿈이 보다 많이 섞인 층-잠 속.
계단을 내려가듯 잠에 빠진다.
한 계단씩 내려가면 꿈의 안개가 정신을 감싸고,
그 안개가 짙어지면 기억하기 위한 몸의 시스템은 무너진다.
현실을 보는 눈도,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몸의 구조도 모두 한 차례씩 무너져야 비로소 나는 온전히 꿈에 섞인다.”
수면제를 먹고 새벽녘에 깨면 다시 잠드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수면제라는 게 잠이 드는 시간까지 책임지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그냥 잠에 들게끔만 해주는 약이라, 한 번 깨고 나면 수면제 기운이 희미하게만 남아서 잠이 쉽게 들지 않는 거죠. 오늘 새벽에도 그랬습니다. 새벽 4시 잠에서 깨어 물 한 잔 마시고 화장실 한 번 다녀오니 정신이 깨기 시작하는 겁니다. 공상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망했구나 싶다가, 그래도 잠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서 공상을 하나씩 덜어내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잠에 빠져드는 과정이 분명하게 보이더라고요. 현실적인 공상을 하다가 공상이 하나씩 덜어내지면 머리가 가벼워지고, 현실 공상에 꿈이 섞이다가, 꿈의 농도가 짙어지면서 잠에 빠져드는 거예요. 그게 단계별로 느껴지더라고요. 새벽 5시, 그렇게 스르륵 잠의 단계에 빠졌다가 4시간 후 다시 일어났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잠에 빠져드는 과정이 잊히질 않아서 메모 앱을 켜 기록을 남겨두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위의 글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의 변화에 예민해진 건지, 혹은 삶에 연륜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얻은 발견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무언가에 빠져드는 과정’을 알아간다는 건 좋은 일이겠거니 싶습니다. 피곤은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