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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by 강민경

셀러브리티라는 드라마 영상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짧은 숏츠로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보게 됐는데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이다’ 장면을 저 또한 좋아해서 찾아보는데, 이상하게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찝찝하고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사람 앞에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말을 주인공이 내뱉는데, 그게 시원하지를 않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서일까?’

‘저게 현실이라는 참담함 때문일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의식’을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에 황당함을 느껴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존재가 있기에 그 존재에게 퍼붓는 이야기가 사이다 느낌을 줄 테지만, 저로서는 그 존재가 고구마 전개인 거죠. 시작이 막혀버리니 그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건 사이다 전개일 수 없는 거예요. 주인공에게 “넌 급이 다르다” “밑바닥에서 기어올라 온 주제에”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이다를 막는 암울함이었습니다. 현실이 더 하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세상에 모든 사람은 동일하게 놓여 있음을 믿고 싶은가 봅니다. 주인공이 아무리 위를 향해 올라가도, 막말을 퍼부은 사람보다도 더 성공을 이뤄냈더라도 그게 시원하지 않은 건…막장의 존재 자체를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일 겁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선’을 향한 선민의식의 일종인 건 아닐까 되돌이켜 살펴보고요. 그러면 마음속이 더욱 혼란스러워져 기분이 좋지 않아요. 오늘은 무해한(?), 갈등 없는 영상들을 계속 보며 찝찝한 기운을 씻어 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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