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유재석, 송은이, 김숙’ 핑계고 영상을 봤어요. 그 영상에서 셋이 같이 출연했던 ’남편은 베짱이‘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어렸을 적 그 프로그램만 보면 배꼽 잡았던 기억이 나거든요. 유재석이라는 사람을 처음 제대로 인식하게 된 프로그램이었고요. ‘저 사람이 저렇게 웃긴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됐죠. 그때 출연한 썰을 푸는데 유재석이 “지금의 마인드로 과거에 돌아가는 건 괜찮지만, 과거 그때의 마인드로 돌아가는 건 싫다” 말을 해요. 그 뒤에 이어서 베짱이 할 때는 제외라고, 그 때는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은 거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저 사람이 왜 잘 됐는지를 바로 알겠더라고요. 유재석이라는 사람의 변화를 체감한 게 바로 ‘남편은 베짱이’였거든요.
어렸을 적에 ‘유재석이라는 사람이 왜 티비에 나올까? 인상도 좋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코미디언이 됐지?’라는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납니다. 유재석이 나오면 뭔가 불편한 감이 들어 채널을 돌리고는 했어요. 그러는 와중에 ‘남편은 베짱이’ 프로그램을 보고서부터 유재석이라는 사람의 인상이 바뀌었습니다. 너무 웃긴 거예요.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서 웃긴 게 아니라, 그 베짱이 남편이라는 인물에 제대로 녹아든 게 보여서 웃겼거든요. 꼭 내 주변에 저런 사람이 있는 것만 같고, 저 사람이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는 사람 같고, 친밀하게 느껴지니 더 웃겼죠. 그게 세상 탓을 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어서 된 거였다는 걸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겁니다. 누가 머리를 망치로 탕 때린 것 같았어요.
뭔가를 탓하는 건 어쩔 수 없죠. 뭔가를 탓한다는 건 원인을 제대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니까요. 어쩌면 탓하면서 깨닫는 바도 있고요.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릴 수도 있고 세상 탓으로 돌릴 수도 있고요. ‘탓의 주체를 ‘나’로 돌려 비판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세상 탓으로 돌려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우선이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닐테지요. 하지만 탓을 해도 뭔가 바뀌는 게 없다면 주체를 바꿔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 된다는 걸 오늘 유튜브를 보며 깨달았네요. 그 탓이라는 걸 잘만 하면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의 복잡한 속들을 온전히 바라볼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