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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꿈과 현실

by 강민경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이어지는 꿈이었어요.

현실 세계와 다른 차원에 있는 곳에서 저는 다시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고 현실 미래와 이어져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갈 대학이 정해져 있는, 그래서 좀 더 편안하게 고딩 생활을 할 수 있는, 미래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이게 몇 날 며칠 이어지는 꿈이라서 꿈속의 그 세계도 현실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이 세계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꿈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처럼 느껴졌죠.


현실에 동떨어진 것이 꿈이라고 하지만, 저에게 꿈은 현실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선택은 할 수 없지만, 선택을 할 수만 있다면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그 꿈에서 느꼈던 바이지요. 만약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아닌 이 꿈의 세계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정말로 내 몸속에 있는 진실한 내 알맹이가 꿈속의 나로 옮겨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꿈은 달콤했고, 선택의 가능성이 생길까 봐 무서웠습니다.


현실의 절박함은 꿈속에서는 보다 가벼운 고민이기도 하고, 꿈속의 절박함이 현실 세계에서는 비 품은 구름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 비슷하면서도 이질적인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현실의 지옥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현실의 경쾌한 경험이 꿈의 유혹을 물리치기도 했고요. 어쩌면 양쪽 세계가 삶을 극단적으로 끌고 가지 않도록 나를 두고 줄다리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꿈이 피부에 와닿을 만큼 가까운 것이 그리 피곤한 것만은 아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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