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샌들을 신고 외출을 했습니다. 여름에는 운동화 신는 게 답답해서 슬리퍼만 신고 다니는데, 어르신들 모시고 하는 강의에까지 슬리퍼를 신을 수는 없고 원래 신던 샌들은 다 떨어져서 하나 장만했지요. 원래 신던 건 쪼리 디자인에 발등을 덮는 넓은 끈이 매치되어 있어 신기도 편하고 다소 얌전해 보여 여기저기 잘 신고 다녔는데요. 같은 디자인을 찾아봤지만, 유행이 지난 탓인지 혹은 저 이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었는지 비슷한 디자인도 없어서 광고에 뜬 ‘세일을 많이 때린’ 무난한 디자인의 샌들을 주문했습니다.
마침 강의 날에 택배가 왔고, 그 자리에서 뜯어 신어 보니 편하길래 반품 생각 없이 바로 신고 나갔지요. 5분여를 걸었을까…역시나 물집이 잡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간 새 신발(특히 샌들이나 구두)을 신을 일이 없으니, 피부가 약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약해졌다는 표현은 원래 피부가 약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새 신발에 적응하는 힘이 빠진 걸 의미합니다. 구두를 잘 신고 다니는 때에는 피부가 알아서 잘 적응해서 물집이 최소한으로 나고, 굳은살을 바로 생성시키기도 했죠. 물론 피부가 알아서 그런 작용을 했을 리는 없겠습니다만, 그냥 제 기분상 그렇게 느껴졌지요. 아픔이 익숙해서 별일 아닌 것처럼 아파도 구두에 발을 욱여넣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아픔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예전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피부도 그걸 알아서였을까요? 예전보다 물집이 깊게 잡혀서 피부가 두껍게 벗겨지고 빨갛게 열상이 올라왔네요.
물집이 잡히더라도 피부 속은 아프지 않아서 물집을 만지작거리며 갖고 놀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아픔을 피부도 마음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기엔 다시 약해져 있었나 봅니다. 다시 구두를 신고 다니는 날이 많아지거나, 새 샌들을 어떻게든 적응시켜 보겠다는 젊음의 의지가 강해진다면 피부도-아픔의 역치도 좀 더 튼튼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