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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주말 낮잠

by 강민경

낮잠을 떠올려 봅니다. 더우면 기운이 햇빛에 바싹 말라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여름에 낮잠을 참 많이 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불면증 때문에 낮잠 자는 게 일 년에 한두 번 꼽을 정도인지라 너무나 맑게 쨍한 햇빛을 많이 받고 온 오늘, 낮잠 드는 상상을 해봅니다. 기운이 쏙 빠져드는 잠은 어찌나 달콤했는가 말입니다.


대학생 때, 주 5일 학교에서 내내 사람들과 부딪혀 가며 일상을 보내고 난 후 주말, 방 안에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함 속에 누워있습니다. 주말에는 참 주말만의 햇빛 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평일과는 다른 색과 기운이요. 그 때문에 이상하리만치 주말의 평온이 느껴지곤 합니다. 아무 약속도 없는 날, 선풍기를 틀어놓고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몸속에 있던 활기가 햇빛에 말라가며 기운이 스르륵 빠지는 느낌이 듭니다. 기운이 빠져나가며 눈꺼풀도 힘을 잃죠. 눈 뜨는 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감기면 밝은 햇빛은 색은 잃고 오로지 밝은 기운만 눈꺼풀을 통해 보입니다. 그마저도 몸의 기운이 사그라지면서 점점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까만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까맣지만 이상하게 낮과 햇빛의 기운 때문에 밝은 느낌이 든달까요. 꿈도 안 꾸고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나보면 그 밝던 여름 햇빛은 사라지고 주황빛 노을이 어스름히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럴 때면 시간을 놓친 것만 같은 미세한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몸은 또 개운해져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고요.


머릿속을 비우면 내 자신의 감각이 깨어납니다. 기운이 쏙 빠져 꿈도 안 꾸고 자는 잠에는 속이 없고, 속없는 잠에 머릿속이 꺼졌다가 켜지면 그만큼 내 감각이 반짝하고 살아나는 느낌. 주말 낮잠을 잘 자던 때가 갑자기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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