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글
“눈 뜨는 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감기면 밝은 햇빛은 색은 잃고 오로지 밝은 기운만 눈꺼풀을 통해 보입니다. 그마저도 몸의 기운이 사그라지면서 점점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까만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까맣지만 이상하게 낮과 햇빛의 기운 때문에 밝은 느낌이 든달까요. 꿈도 안 꾸고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나보면 그 밝던 여름 햇빛은 사라지고 주황빛 노을이 어스름히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럴 때면 시간을 놓친 것만 같은 미세한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몸은 또 개운해져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고요.
어제 쓴, 머릿속을 비우면 내 자신의 감각이 깨어난다는 어느 책 이론과 딱 맞아떨어지는 일 아닌가 싶습니다. 기운이 쏙 빠져 꿈도 안 꾸고 자는 잠에는 속이 없고, 속없는 잠에 머릿속이 꺼졌다가 켜지면 그만큼 내 감각이 반짝하고 살아나는 느낌…”
하루일글 7월 29일 lette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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