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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일글

극과 극인 날씨

by 강민경


날씨 참 예측하기 어렵네요. 오늘 낮까지만 해도 햇볕이 쨍쨍해서 나가면 타죽을 것만 같았단 말이죠. 유튜브 잠깐 보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그 쨍쨍하던 햇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끼고 비가 잔뜩 내리고 있었습니다. 빗물이 닫힌 창문 틈을 통해서 튀어나올 정도로 세차게 내리더라고요. 극과 극으로 나타나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어쩐지 무서워졌습니다. 무서워지는 건 아마 불안하기 때문일 거예요. 아무리 극적으로 예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쨍쨍한 햇빛 다음에는 흐린 날씨, 소나기 정도로만 예측하기 쉬우니까요. 그런데 짧은 시간 내에 전혀 예상치 못한 폭우가 내려버리니, 예측을 통해 얻는 안정이 흔들린다고나 할까요.


맑은 날씨 뒤엔 흐린 날씨가 오기 마련이라지만, 극과 극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건 어쩐지 적응이 잘되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날씨는 마음과 엇비슷한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마음도 천천히 변화하면서 적응하는 게 더 낫지, 갑자기 극과 극으로 오가면 ‘내가 미친 건 아닐까?’ 불안감이 밀려오지 않나요? 그런 느낌이 몸에 박혀서인지 오늘같이 극처럼 변하는 날씨를 보면 불안한 기운이 감돕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에 감정의 파도가 솟구치는 일이 한순간에 일어나는 경험이 저로서는 꽤 불편해서일 수도 있고요. (물론 이것 때문에 몸과 정신이 안 좋아질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그런 기운만 느낄 뿐.) 비는 그쳤고, 바짝 말라 있던 공기는 어느새 축축해져 있습니다. 그렇담 자고 일어나면 해가 다시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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