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글
지난해,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악이 뭐였나 싶어 사진첩을 뒤져보았습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나서요. 그런데 2024년 12월 31일에는 수영 강습 다녀와서 혼자 위스키 마셨더라고요. 2023년 마지막날의 기억을 2024년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근 몇 년 동안 추억은 머릿속 여기저기에 박혀있는데, 언제였는지가 모호했어요. 나이 탓인가 싶기도,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과도기 탓인가 싶기도 합니다. 모호한 걸 싫어하는 저는, 이렇게 삶의 모먼트들이 뒤죽박죽 해지는 게 혼란스러웠어요. 되는대로 살아가는 느낌이 강해져서, 좋은 시간들이 많았어도 그걸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2025년이었습니다.
그래서 2025년을 한 번 짚어보려고요. (미래의 제가 이걸 또 볼 거니까요)
* 1월~6월: 속초 겨울 여행, 제주 봄 여행, 헤엄과 리듬 책 편집&제작, 생체 시험, 외주 강의 및 도록 제작
* 6월~12월: 여름 파티&수영장 개더링, 수모 및 굿즈 제작, 스토리지북앤필름 여름 편지, 부산 국제영화제 여행, 퍼블리셔스테이블 & 대구 아마도 생산적 활동 참여, 충북 음성 여행, 독립출판 전시, 당신은 모르실 거야 앤솔로지 참여, 헤엄과 리듬 맨투맨 제작, 크리스마스 파티들
한 것 없이 되는대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사람들이 저만 보면 “바빠 보인다” “여행을 자주 가시잖아요”라고 하더니, 정말 뭘 많이 했네요. 2026년에도 뭘 많이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1월 부터 여행 일정을 잡아두었고요. 2월에는 제 불혹 기념 생일 파티를 할 예정입니다. 친구들 덕에 많은 계획을 세워보게 되네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삶이 안개 같았는데 2026년을 바로 앞두고서 안개가 점점 걷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어제는 2025년을 괴롭혔던 감정의 파동들이 청소기로 흡입해버린 듯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2026년에는 조금 더 정돈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이 듭니다. 그래서 2025년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더라도,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를 기대합니다. 살아보니 삶은 비슷하게 반복하지만, 어떻게 삶을 대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나아지기도 불안해지기도 하더라고요. 매번 같은 해에 같은 월에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그걸 얼마나 반갑게 맞이하고 삶에 적용하는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삶은 살아볼만 하더라고요.
며칠 전 이런 메모를 남겼습니다.
“2025년을 보내며, 나는
많이 쓰지 못했고, 자주 무기력했지만 곧 극복했고, 사람을 점차 믿게 되었으며, 그들을 잃지 않고 싶다고 강하게 소망하게 되었다.
고뇌가 자주 찾아왔고, 그건 현실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그래서 괴로웠다. 사람을 만나면 그 생각들이 흐드러졌고, 마음이 동해 몹시도 쓰고 싶어졌다. 생각이 간지러운, 꿈틀대는 움직임이 나의 2025년이었다.
2026년은 꿈틀대던 2025년을 스트레칭시켜 쭉 늘려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파도 위에서 흐름을 잘 타는 2026년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