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일글

생리통에 대한 절망, 그리고

2026년 2월 4일, 하루일글

by 강민경

그늘진 새벽, 배에 사르르 느낌이 왔다. 뱃속을 움켜쥐기 직전, 어루만지는 느낌. 기만 당하는 기분이랄까. 엎드려 배를 전기장판에 올려두고 다시 잠이 들었다. 느낌이 사라진다. 하지만 잠결에 뒤척이다 옆으로 눕기만 해도 배에 다시 신호가 온다. 엎드려는 못 자는 나는 아침이 올 때까지 잠들다 뒤척이다를 반복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려는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누가 주먹질을 하는 것 같고, 뱃속을 움켰다 놓았다 하는 것 같은. 두 달 전, 생전 처음으로 바닥을 구를 만큼 심한 생리통을 겪었던 적이 있는데, 그게 아무래도 반복될 모양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통증이었는데, 이게 계속 찾아온다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진다.


약을 삼켜도 가라앉지 않는 통증은 신기하게도 따뜻한 걸 대고 있으면 금세 사라진다. 주변에 놓인 것들을 잡아다 던져버리고 싶은 고통이 따뜻한 온기로 바로 사그러든다는 게 허무하기도 하고,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온 세상이 잿빛처럼 보이는데 따뜻한 기운이 몰려와 노을 진 빛으로 곧바로 바뀌는 장면 같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인간이 발견하면 안 되는 것. (과장을 조금 보태어) 세상의 종말을 미리 예견하고야 말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동동 거리다가 종말을 기다리는 느낌이다. 그게 얼마나 사람을 옥죄다가 넋을 놓게 만드는 일인지. 나이를 들어가면서는 그 무게를 짐작하다가 지레 겁을 먹고 만다.


어쩌겠나? 이미 생리통은 예견되었고 고통도 짐작하지만 그걸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니, 그저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을 잠재우는 수밖에.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애써 지우며 현실의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게 가장 현명한 태도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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