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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 '나'

by 강민경


몇 년 전 친구와 10년 뒤, 20년 뒤 이루고 싶은 로망 같은 걸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CD로 방 벽면을 채우고 싶다 하였고 저는 "난 그러면 책으로 벽 자체를 온통 채우고 푹신하고 안락한 의자만을 방 한가운데 놓겠다"라고 답했습니다.

현실 속 제 작은 방은 온갖 문제집, 수험서, 의상수업교재, 잡지, 동화책, 역사만화, 20년은 넘은 오래된 소설 책 모음집 등과 함께 새로운 책들이 조금씩 늘어나 이제는 제 잘 곳 옆에 쌓아두어야 할 정도입니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앉아 머리맡에 쌓인 책을 보면서 '이 책들의 제목을 통해 정말 '나'를 유추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여지껏 책장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속내를 가졌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었고, 그래서 미래의 책장을 꾸미는 것은 '나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을 가꾸는 것이라 여겨왔었거든요.

어제는 사진집과 소설책, 한국어 단어 책을 샀습니다. 원래는 제 돈 주고 잘 안 사는 책 종류들이었습니다. 인문학, 철학 책들만 정가를 주고 사는 몹시도 편협한 책 취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취향이라는 것도 사람이 변하는 만큼 바뀌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추리소설에 꽂혀 있고 내일이 되면 또 어떤 취향으로 바뀔 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되니 미래의 제 책장이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제목들이 제 책장에 꽂혀져 있을까요? 어떻게 '나'를 정의 내리게 될까요? 여러분의 현재 책장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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