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
①인생취미

[30대의 바다] 직장인으로서의 프리다이빙 도전기_1편

by 황제펭귄
때는 2024.05.05.(일)
일상 속 힐링 한 티스푼, 즐거움 한 스푼, 푸른 바다 한 줌과 햇살 한 아름 안고 살고 싶은 30대 직장인 씀


알게 모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①티스푼


인생취미



요즘은 ‘인생영화’, ‘인생맛집’처럼
‘인생’이라는 단어 뒤에 어떤 단어를 붙여
‘내 삶에서 가장 특별한 것’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네컷’도 그런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말일 테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인생취미’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듣곤 했다.


'인생취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사전에도 없는 이 단어를 나름대로

소셜데이터를 활용해 살펴 보니

'관심, 성인, 생활, 취미, 학원' 등과 같은

단어들이 따라나왔다.


화면 캡처 2024-11-21 134741.png 출처 | 썸트렌드에서 '인생취미' 검색 결과, 2024


이 데이터를 토대로 내 나름대로 상상해 본다.


인생취미란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성인이 되어 내 밥벌이는 하기 위해

개미처럼 쉴 틈 없이 일하던 누군가가 있다.


끊임없이 달렸던 하루의 끝,

복잡복잡한 지하철 안,

노이즈캔슬링으로 조용해진

퇴근길에 문득 찾아오는 허탈감 속에서


마음 속에서 한숨을 내쉬듯 작은 말소리가 머리속을 스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갑자기 퇴근 후 찾아온 인생에 대한 현타와

허무함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를 고민하게 된다.

내가 정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그때 스마트폰 알고리즘이 조심스레 추천한 영상

하나에 눈이 가게 되고,


우연히 스마트폰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 하나에 빠져들게 된다.


‘내 행복을 위해 투자하자’ 결심하며


이후 학원에 등록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거나

여행 계획을 시작하며,

"내 행복을 위해 돈을 쓰겠다"는 결심을

건강과 맞바꾼 월급으로 교환하고


그렇게 시작된 취미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 취미가 아닐까?


음-빠 듬-빠 두비두밤 그래 그건 나야 ♬



그리고 응.

그건 나야~ 음빠 듬빠 두비두밤.






그게 나였다.


"산과 바다 중 어느 곳이 좋아?"

사회생활 중 스몰토크 때 종종 들어왔던 이 질문에

난 35년 인생 동안 스네이프 교수님처럼

늘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언제나 늘 항상

"바다가 좋아"

다운로드.jpg 난 항상 바다가 좋아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가 내 취향을 알아차리고 프리다이빙 영상을 추천해줬다.


알고리즘의 추천이 아니었어도 이미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그 호기심은,

영상을 클릭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별생각 없이 보게 된 그 영상 속 '프리다이빙'에

나는 바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숨 가쁜 도시' 생활 속에서

‘숨 멈춰야 하는 바다’를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이끌렸다.


그리고 '올해 다이어트는 실패했어도

프리다이빙은 한번 해 보자'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난 동생과 도전하게 되었다.



나는 좋아하는 게 생기면 쉽게 미루지 않는 편이다.

팍팍한 대한민국 30대 직장인의 삶 속에서도

시간과 돈이 허락한다면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물론 시간과 돈은 항상 호락호락하게

허락해 주지는 않지만 마음 속 'TODO' 리스트에

잊지 않고 담아 둔다.


그간의 내 삶의 데이터로만 보더라도

'좋아하는 것'과 '관심이 가는 것'은 대체로

미루면 똥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주체적으로 멋있게

여러 가지 도전을 즐기며 즐거움을 찾는 멋쟁이라기보다는
조금은 찐따처럼 남들의 즐거움을

방 안 한구석에서 유튜브라는 세계로 엿보며

직관적 호기심 많은 관찰자로

재밌어 보이는 걸 줍-줍- 주워가며 나만의 세계를 키워왔다.


그렇게 난

나의 것을 조금씩은 만들어 온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간단히 생각나는 대로 써 보자면


- 꽃 한 송이가 가진 꽃내음- 아침마다 내 꽃에 뿌리는 시원한 물 한 방울,

- 나만의 작은 테라스 텃밭에서의 소소한 수확

- 내가 좋아하는 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다가 주웠다 느낌으로 츤데레처럼 선물해 주는 것



그림

- 갑자기 이끌리듯 충동적으로 보게 된 미술 전시

- 어느 바리스타분이 솜씨 좋게 뽑아낸 라테 아트

- 지나치다가 사게 된 프리마켓 굿즈

-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

- 아주 가끔 그리는 내 그림

- 고양이 그림 무엇이든



사진

- 여동생의 인스타 사진

- 가끔 건지는 나의 인생샷

- 바다가 예쁘게 찍힌 사진

- 사진 찍기 싫어하는 내 남편과

기분 좋을 때 같이 찍은 부부 사진

- 술 마시고 찍게 되는 친구들과의 인생 네 컷 사진

- 고양이 사진 무엇이든



장소

- 햇살이 부서지는 청명한 바다

- 깨끗하게 잘 관리된 야외 수영장

- 하늘과 구름이 잘 보이는 카페

- 신혼여행 때 가고 인생 여행지가 된 몰디브

- 시원한 수제 식혜 한 잔 할 수 있는 찜질방

- 라벤더 아로마 향이 느껴지는 동네 마사지 샵



그리고 느낌적인 느낌 오감

- 연한 민트색과 연한 그레이색의 조합

- 연한 분홍색과 연한 노란색의 조합

- 운동 후 마시는 한 모금의 차가운 물

- 마음 먹고 산 배스밤을 풀고 하는 목욕

- 폭풍 목욕 후 뽀송한 잠옷의 산뜻함

- 건조기의 따뜻함이 남아 있는 부드러운 이불의 촉감

- 시트러스 한 핸드워시 향

- 내 남편의 부드럽고 통통한 입술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거창하고 대단하고 고지식한 예술이나

그 무엇은 아니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

각박학 현대 사회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작은 위안과 반짝이는 순간들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만 생각해 보면

신기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종종 ‘물’과 닮았다


물 흐르듯이 살고 싶고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종종 즐기고 싶은 나의 삶에서의 '물'

늘 잔잔한 여유로움을 주면서도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변화를 주는 '물'

그리고 내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물'


어쩌면 내 '인생 취미'는

바로 이 '물'과 닮아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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