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술을 적잖이 마셨고.
참 쉽게 무너진 날이기도 합니다.
저는 뭐, 기대도 하지 않았었지만 2주 전에 통과한 브런치 작가를 어제야 확인했었죠.
들뜸과 놀라움의 사이에서. 나는 이것에 대해서 자랑하기보다는 스쳐가는 이야기로 남기를.
원했던 것만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서를 조금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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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서울말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표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촌놈으로 태어나, 사투리를 쓰는 아이였다. 그러면서 젠체하기를 좋아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그것이 낭만이라고 생각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내게는 책이 있었다. 그것은 잘난 체를 하기 위함이었는데, 무거운 책은 사람들에게 내 교양을 자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표준이 아니었다.
‘카프카의 일기’를 지니고 다니지만, 누군가에겐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그러나 누구나 이용하는 천원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는 다 읽지도 못한 그 책을 보며 위조지폐를 만들 생각을 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악한 느낌이 여실한 장난감 지폐에 불과했지만 어느새 테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사회문제에 다가서는 글들로 작가가 되길 원했다. 그러나 부족했다. 소설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너머가 있었다. 작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부족한 묘사보다 사회를 위한 글을 쓰겠다는 열정이 나를 앞섰다.
지진파에는 두 종류가 있다. P파와 S파다. 어린 날부터 나는 그 P파라는 존재를 유추할 수 있었다. 언제나 1등급을 받는 아이들. 그들은 P파였다. 종적으로 아주 빠르게 성취를 하는 천재들. 학자가 되어 사회를 선도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자주 느꼈다. 언제나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이 느렸던 나는, 결코 그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P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S파다. 마치 Black Mamba라는 뱀이 가듯이, 횡적으로 느리게 간다. 나는 언제나 느렸다. 횡보로 천천히, 마치 초등학생 때에, 줄넘기를 100개도 할 수 없었지만 엇걸었다 풀어 뛰기로 상장을 받은 것처럼 나는 이것을 타고났다. 천천히, 여러 분야들을 읽고 머리에 쌓기 시작했다. S파는 매우 느리지만, 강한 위력을 지녔다. 분야의 벽을 능구렁이처럼 넘어간다. 그것이 나의 장점이다.
과거 합종연횡에서 시작된 종과 횡의 싸움에서 나는 종횡무진하다가 횡의 길을 걷기로 했다. 느리지만 천천히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다. 내 장점을 자랑하는 글을 쓰기 위해 펜을 잡는다. 시작은 낮은 음자리로 단조롭게 시작했다. 평소 글을 쓰는 성향은 메조포르테와 포르테의 사이지만 지금 이 부분은 나의 이름처럼 여리게 피아노로 친다. 이번에는 4B연필을 내려서 크로키를 본다.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소묘로 명암을 줄 차례다.
이러한 S파의 미장센은 클리셰가 아니다. 이제는 영화관에서 봐야한다. 오르고 내려간다. 밝아졌다가 어두워진다. 그것이 내 삶이라면, 이제는 NEXT LEVEL로 나아갈 때가 아닌가. 수많은 명암들을 거치고서 나는 새로운 명함을 기대한다. 그것은 신명함이 아닐 것이고, 유명함이 아닐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내 신통방통 도깨비불의 연환계에 빠진 것이다.
P파처럼 시대를 질주할 수는 없어도 S파 또한 나아간다. 천천히, 그리고 강하게. 나는 다른 천재들처럼 질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방향에 따라가며 뒤에서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싶다.
어제는 나의 마음이 다채로웠습니다.
아, 도저히 살고 싶지는 않다는 이상한 생각들.
나는 폐병에 걸리는 옛날 문학가들을 좋아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괜스레 살롱이나 다방을 떠올리고. 옛스러운 문학가처럼 까칠하게 굴면서.
하기야 옛 학원의 선생님 한 분께서는,
'너는 백석같은 시인이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죠.
아이고. 죽겠다 청춘이야.
하얀 나타샤와 당나귀. 그리고 비구니.
처음 글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하다가.
음. 오늘은 순례로 할까요.
어쩐지 어제는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저는 만으로 27세.
생을 마감한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아이고, 죽겠다 청춘이야.
예술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왜 이런 나이가 오느냐.
이십삼년 시월 십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