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책리뷰

평범한 이들이 아로새긴 크리스마스에 대하여,

by 이재언

매일 읽는 사람, 문장소비자 이재언의 책리뷰!


올해 135번째이자 12월에 다섯 번째 책은 바로,


『크리스마스 타일』



✷ 상품소개


작가│김금희

출판│창비

가격│15,000원

분량│309쪽

별점│★★★☆


상품 후기


눈 내리는 밤, 별이 달린 대형 트리, 주위를 밝히며 돌아가는 회전목마,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표지를 보는 순간,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책, 김금희 작가님의 『크리스마스 타일』이다.


여름에는 여름 책을, 겨울에는 겨울 책을 꼭 읽는, 시즌 독서를 즐기는 나에게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었던 책이라고나 할까.


환상적인 표지와 달리, 이 소설의 시선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향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람들이 먹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일하고, 외롭고, 상실하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연작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금희 작가님의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 덕분일 것이다. 이따금씩 페이지에 머물러 다시금 읽고 싶을 만큼, 일상에서 길어낸 묘사들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단편소설의 뚝뚝 끊어지는 맛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의 구성만큼은 참 좋았다. 앞선 이야기의 주변인물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는 방식. 내 삶도 누군가의 삶에서는 변방의 이야기 일지라도, 내 삶에서 만큼은 주연일 테니까.


또 연작소설의 제목이 '크리스마스 타일'인 것도 꽤 인상적이었다. 손바닥정도 크기의 타일에 그려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조각들, 그 각각의 타일들이 모이고 모여 큰 벽을 이룬 이미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제목이 '크리스마스 퍼즐'이었다면 하나의 완벽한 하나의 그림이 전제되었을 것이고, '크리스마스 편린'이었다면 각각의 서사가 흩어져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타일'이 주는 이미지가 이 소설과 가장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 특별하거나 거창했던 일보다는,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거나 평범했던 하루가 더 마음을 울리게 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읽기에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한 문장들


어쩌면 우리는 그 밤들 내내 영화를 찍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서로가 서로의 영화에 관객이 되어, 이 사랑이 가망 없는 것이라도 어떻게든 그것이 지닌 일말의 빛을 지켜주면서.
데이, 이브닝, 나이트 102p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 흔한 사람으로.
월계동 옥주, 138p



세미의 고민은 더 이상 설기가 곁에 없다는 것에도 있었지만 자신이 지금 이 상실 안에 안주하고 싶다는 것에도 있었다. 화가 났다가 고통스러웠다가 그리움이 들었다가 나중에는 그 마음을 놓아버리면서 불행감 자체에 기쁘게 투항하는 느낌.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232p


"받으세요 과장님,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있던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안 변하잖아요. 그런 건 영원히 그대로잖아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255p


죽음이라는 채무자가 언제 들이닥쳐 일상을 뒤흔들지 몰랐다. 그게 자신의 죽음이라면 의식이 꺼졌을 때 자연스레 종료되지만, 타인이라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채무 상태에 놓이게 된다. 기억이 있으니까. 타인에 대한 기억이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채무로, 우리를 조여 온다. 수년 전 엄마를 떠나보내며 느낀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295p


한해를 정신없이 보내다 연말이 되면, 곧 소멸될 일 년이라는 시간과 그 속에서도 여전히 붙들고 있는 것들이 더 뚜렷해지듯 말이다. 인물들 저마다 각자의 어려움과 피로, 슬픔과 고독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긴긴밤을 지나 걸어오면 12월이라는 기착지에 멈춰 서게 되고, 그것을 축복하듯 내리는 하늘 높은 곳의 흰 눈을 만나면 비로소 아득해지기도 한다고. 그렇게 우리가 아득하게 삶을 관조해 낼 때 소란스러운 소동 너머에 있는 진짜 삶을 만지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고.
작가의 말, 307p

✷ 구매 추천 독자


- 시즌 독서를 즐기는 독자

-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

-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누구나


http://aladin.kr/p/Fz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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