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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Jan 30. 2022

남편의 셀프 자가격리를 마치고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어요.

"자기야, 큰일 났다. 3일 전에 같이 밥 먹은 동료가 오늘 키트 2줄 나왔대, 그날도 목이 좀 아팠는데 그때는 키트 검사 결과 한 줄이 나와서 목감기인 줄 알았대."

그동안은 감사하게도 아직 근처에 확진자가 없었고 교실에서도 우리 반은 유독 잘 넘어갔어요.

당황한 남편에게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지만 국물을 같이 떠먹었다는 이야기에 (ㅠㅠ 그놈의 전골 메뉴) 많이 걱정되었지요.

남편은 바로 선별 진료소로 가고, 안방에서 이것저것 내 짐을 모두 빼서 다른 방에 분리시켜놓았어요. 

다행히, 안방과 거실 사이에 분리되는 문이 있어 그 문을 경계로 남편은 바로 자가격리가 들어갔지요.

첫날은 진짜 정신없고 불안하더라고요.

다음 날 음성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증상이 며칠 뒤 발현될 수 있다며 계속 분리해서 생활했고 회사에서도 한 주 동안 재택을 하라고 이야기했어요.

보건소에서는 연락이 없었고

3차 접종 완료에 음성을 받은 경우 자가 격리 대상자가 가 아니라지만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아이들은 백신을 맞지 않았기에

더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세 끼 밥 문 앞에 놔주고 

모두 다 방에 들어가 자고 있을 때

혼자 조용히 나와 설거지하고 본인 식기 소독해 놓고 들어가고

아침에 보면 우렁각시처럼 누군가 왔다 갔어요.

같은 집에 있으나 얼굴을 보지 못한 채로 지내는 것도 가능하더라고요.

걱정되고 불안했는데

며칠이 지나니 괜히 심술이 났어요.

재택근무가 끝나고 나서 바로 '슬의생'을 정주행하고 있는 것도

카톡으로 뭐 좀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자기는 불안하다는데 

왜... 무엇 때문에.... 

얼굴은 행복해 보이는 거죠?

5일이 지나는 동안 키트도 계속 음성, 다시 PCR 검사를 받았는데 또 음성이 나와

스스로 격리를 해제하셨어요.

셀프 격리, 셀프 해제.

큰일 없이 넘어가 다행이지만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니, 

이제 우리 가족의 셀프 방콕 자가격리를 시작해야겠어요.

모두 건강한, 무탈한, 편안한 명절 보내세요. 


셀프 격리, 셀프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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