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무전기가 필요해
둘째가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너무나 갖고 싶었했던 무전기를 사주었다.
아이들의 장난감은 늘.. 마이너 취향, 남들 다 유행한다는 장난감은 사 본 적이 없다.
다이소에서 산 5천 원짜리 화이트보드를 좋아하고 역할놀이를 할 수 있는 물건들을 좋아한다.
무전기가 온 금요일부터 두 형제는 너무나 들떴다.
'장난감'처럼 생긴 '생활형 무전기'이다.
"형아, 저 방에 들어가 봐. 내가 말해볼게."
"오~~~~ 들려 들려 !"
"엄마, 이거 너무 신기해. 완전 잘 들려요."
"플래시도 있어"
어찌나 신기하고 기분 좋은지 종일 그것만 소중하게 만지작거린다.
저녁에 잘 때는 침대 옆에 예쁘게 놓고 자는 모습이란.
토요일인 오늘도 하루 종일 형과 함께 무전기 놀이이다.
저 정도 거리면 그냥 말해도 잘 들릴 것 같은데, 버튼을 누르고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인가 보다.
"들려?"
"응, 들려."
이 이야기만 수백 번 들은 듯.
몇 번을 깔깔거리고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문득. 누군가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그런 무전기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 큰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늘 더디 가는 아이라 생각했는데 또 한 번 부쩍 큼을 느낀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능글거리며 뺀질거리며 말을 안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한 편으로는 '이 녀석, 컸네.' 싶다가도 아이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
2.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음에 갖다 대면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인데 나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일까.
그 누군가와 마음을 닿아 연결할 수 있는 그런 무전기. 나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