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갔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교감 선생님께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반 여자 민지의 아버님께서 학교에 와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셨다면서 담임인 저에게 알리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였고 학교에 돌아와서 아이와 이야기를 해 보니 어제 저녁에 아이에게 온 이상한 카톡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는 6학년 남자아이(A)가 “너랑 키스하고 싶어.”라고 우리 반 민지에게 보냈습니다. 아이는 이 카톡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부모님께 보여주었습니다. 부모님은 깜짝 놀랐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다음 날 급히 학교로 오셨습니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니 A라는 아이가 직접 카톡을 보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A의 집에서 함께 모둠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B라는 아이가 A 핸드폰 카톡 중에 5학년 여자아이와 간단한 안부 묻는 채팅창이 있는 것을 보고 ‘이 아이랑 사귀냐?’며 짓궂게 물었습니다. A는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 했지만 B는 계속 놀리며 사실대로 말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쓴 카톡을 민지에게 보내겠다고 실랑이하는 와중에 전송이 눌러진 것입니다. A나 B는 모두 ‘장난이었어요’라고 말했지만 민지나 민지 부모님이 받은 놀람과 상처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카톡 한 문장으로도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가능합니다. 예전의 학교 폭력이라 함은 물리적 폭력이나 따돌림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증가와 더불어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불리는 사이버 폭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불링이란 메일, 메신저, SNS, 휴대전화,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개인이나 집단이 특정인을 의도적이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로 이는 모두 ‘폭력’입니다. (출처: 교육부)
사이버 불링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SNS 채팅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떼카 (채팅방에서 단체로 욕을 퍼붓기), 카톡 방폭 (피해 학생만 남기고 모두 채팅방에서 나가기), 카톡 감옥 (피해 학생을 계속 채팅방으로 초대해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 와이파이 셔틀(피해 학생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을 켜 공용 와이파이처럼 사용)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 위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사이버 명예훼손, 신상정보 유출, 사이버 스토킹과 같이 다양한 유형의 사이버 폭력이 존재합니다. 사이버 폭력은 학교 안과 밖에서 피해자가 24시간 계속 피해에 노출되어 있고 가해자가 다수가 될 수 있으므로 그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 뉴스에서 보신 적 있으시죠? 피해 학생의 정신적 고통과 상처는 상상 이상입니다. 정신적인 피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적응 장애, 공황장애 등의 질병을 앓거나 학교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민지도 그 이후 주변의 수군거림(5학년과 6학년이 사귀다가 문제가 생겼다더라, 누구인지 궁금해서 알고 싶어하는 5학년 여학생 등의 2차 가해) 등으로 전학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가해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장난이었어요.’ ‘다른 아이들이 하길래 같이 따라 했어요.’ ‘걔 행동이 좀 그래요.’와 같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이야기하거나 혹은 피해자에게 탓을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지만 정작 자신이 하는 행동이 학교폭력일 것이라는 민감성은 떨어집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알고 있어야 할 내용, 대응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어느 날 내가 가해자?
Q1. 친구에게 받은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하거나 유포하는 것도 학교폭력이 될까요?
A1. 네, 됩니다. 친구에게 A 학생의 사진을 그림판으로 우습게 꾸민 사진 혹은 합성한 사진을 받았습니다.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해 다른 친구에게 전달했다면 내가 만든 사진이 아니었어도 가해 학생이 됩니다.
Q2. 친구가 나를 카톡방에 초대하여 가보니 한 학생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 ‘ㅋㅋ’라고 한마디 적었는데 이것도 처벌 대상이 될까요?
A2. 방관에 대하여 따로 규정은 없으나 학교에서는 방관자도 가해 학생에 준해 처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ㅋㅋ’ 라고 보낸 한 마디만으로도 가해를 촉진한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초대된 단톡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지 말라고 말리는 이야기를 하거나 방을 즉시 나가야 합니다.
Q3. 그 친구가 다니는 학교, 이름, 집을 SNS에 올렸어요.
A3. 개인정보 유출도 사이버 폭력의 유형입니다.
학교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끼리 그럴 수 있다며 서로 사과하게 하거나 훈육의 개념으로 이야기했던 것들도 이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도 학교에서 학교폭력의 상황을 ‘인지’ 하는 순간 신고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예전에 교사의 사랑의 매가 이제는 비교육적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듯이 아이들의 장난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장난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SNS 사용 증가와 더불어 ‘처음부터 나쁜 마음으로’ ‘의도적으로 아이를 괴롭히려고’가 아니어도 함께 놀리고 함께 괴롭히는 상황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보다 또래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가해 학생’ 입장이 되면 대부분 학부모들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아이에게 내려지는 벌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피해 학생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여 피해자 학부모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라는데 예민하게 군다, 학교가 아이를 범죄자 취급한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어느 날 내 아이가 가해 학생이 되었을 때, 아이에게 실망하는 마음이 든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정확하게 인지시키고 이정표 역할을 해 줄 사람은 부모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 더 단단하게 아이의 손을 잡아주세요. 새롭게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결과 내려질 수 있는 처벌은 총 9호까지입니다. 2019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에 의하여 1~3호에 해당하는 조치를 받았는데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1회에 한하여 생활기록부 기재를 유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2회 이상 1~3호 조치를 받을경우에는 이전 조치를 포함해 학생부에 기재하고 재발하는 경우 가중 처벌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1, 2, 3, 7호는 졸업과 동시에 생활기록부에서 자동 삭제되고 4, 5, 6, 8호는 결정 통보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 자치위원회에서 심의 후 삭제가 가능합니다.
2. 어느 날 내가 피해자
교육부 홍보자료 <여러분은 사이버폭력으로부터 안전하신가요? 2019.6.25>에 근거하여 내가 사이버 불링의 대상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반복되었을 때는 ‘싫다, 거부한다, 이렇게 하지 말아라’라는 의사를 정확하게 밝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이 심화 되면 ‘증거확보’를 해야 합니다. 사이버 폭력 같은 경우 가해 학생이 증거를 지우면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깁니다. 내가 싫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이후 반복되는 행동으로 괴롭히면 증거를 확보하기 시작하세요. 채팅방에서 주고 받은 말의 캡처나 녹음, 문자메시지, 상해 진단서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또는 교사에게 즉시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더 괴롭힐까 봐’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교사는 학생의 학교폭력을 인지한 순간 48시간 내에 지역청에 사건 접수를 해야 합니다. 사안 조사 후 이것이 학교 내에서 종결될 사안인지 지역청까지 가서 학폭위가 열릴지는 모를 일입니다. 괴롭힘이라고 느끼면 피해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학교가 알게 해주세요.
어느 날 내가 피해 학생의 부모님이 되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탓하지 않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은 자녀의 잘못이 아닙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100번 이야기하고 넘치도록 이야기해 주세요. ‘네가 이렇게 행동했어야지.’라며 나무라면 아이는 더 움츠러들고 상처받습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보복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아이가 가해 학생과 접촉하는 것, 추후에 보복당할까 무서워한다면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려주세요. 부모가 ‘최선을 다해 너를 보호할 것이다.’라는 믿음과 안정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반 민지의 경우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고 두 학생은 1호 처분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경미한 사안의 경우 1호 처분이 많습니다. 민지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고작 1호 처분을 받았다고 억울해하셨을까요? 민지 부모님의 바람도 아이들을 혼내주고 보복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해도 되는 장난과 해서는 안되는 장난을 명확하게 알게 해 주고 싶으셨다고 하셨습니다. 6학년 남학생 2명 뿐만이 아니라 다른 5,6학년 학생들에게도요. 이런 행동은 상처가 되는 행동이고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학교 차원에서도 다시 교육시켜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SNS라는 곳은 아이들에게 참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많이 상처받고 다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은 주의 사항을 이야기합니다. ‘빨리 뛰면 안된다. 모래를 친구에게 던지면 안된다. 미끄럼틀 내려올 때 거꾸로 내려오지 말아라.’ 등등 아이가 혹시 크게 다칠까봐 걱정하며 주의사항을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그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안전한 것인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이런 잔소리에도 아이들은 다칩니다. 그렇지만 여러 번 듣다 보니 그리고 다쳐보니 안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SNS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놀이터입니다. 네가 컸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기에는 아이들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부모님에게 SNS에 대한 안전 주의 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구체적으로 들은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가야 할 기본적인 방향은 알고 있습니다. 항상 아이와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 SNS 사용할 때의 유의점에 대해서 수시로, 꾸준히, 엄마 제발 그만해, 라고 말할 때까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줘야 할 SNS 기본 원칙>
1. 너의 개인정보를 사람들이 알지 않도록 하라
2. 온라인 공간에 글을 올릴 때에는 100번 생각해 보고 올려라.
3. 확신할 수 없는 자료는 공유하지 말아라
4. 문제가 생길 때에는 꼭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알려야 한다.
5. 온라인 공간에서의 친구를 놀리거나 험담하는 글을 쓰지도 않고 방관하지도 않는다.
N번방 사건에서 어른들에 의해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다칠 수 있는지 알고 경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며칠 전 5학년 아이들끼리 오픈 채팅방에 모르는 누군가의 초대에 응하여 이야기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제가 너무 걱정 많은 교사일까요? 저는 이미 다친 다음에 아이의 상처를 보듬는 것보다 다치지 않도록 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어요. 마음에 받은 그 상처, 맞는 상처보다 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