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나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글의 부제가 너무 자극적인가?
얼마 전, 이웃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서 인근 선생님의 민사소송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가끔씩 들려오는 소송 이야기가 이제는 예전만큼 생경하지가 않다.
'나는 형사소송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어, 민사가 더 골치 아파.'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선생님은
학교폭력 담당 업무 선생님이셨다. 관련 업무로 형사소송을 당했다고 한다.
이번 민사 소송은 온라인 수업 중이고 아이들을 거의 만날 기회가 없는데 이루어졌다니 더 신기하다.
가만 보면, 이런 소송은 기가 막히게 타깃을 '착하고 열심히 하는 여선생'으로 잡는다.
오히려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끼리도 고개를 갸웃하는 교사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이야기 포인트는 어쩌다 골치 아프게 걸린 어떤 학부모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일이 나에게 발생했을 때, 학교의 반응.
특히 관리자라면 나를 위해서 백방으로 애써주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경황이 없을 교사를 위해 절차나 유의 사항 정도는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도 한 명의 개인이고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으니 어렵고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해한다. 그런데, 나에게 불똥이 튀면 어쩌지라며 전전긍긍하는 관리자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소송에 휘말린 교사뿐만 아니라 옆에서 바라보는 교사도 무척 힘들어진다.
이웃 학교의 사례에서는 관리자의 나 몰라라 행태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는데 자세한 절차 및 유의사항을 알지 못하여 해당 교사가 결국 소송비 전액을 자비로 부담하게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참 씁쓸한 이야기다.
학교가 공동체라는 것은 나를 부장 시키거나 일 시킬 때만 써먹는 말인가 보다.
나는 뭐하려고 이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나 싶은 자괴감까지 밀려들어온다.
또, 이렇게 소송이 휘말리면 주변 선생님들도 '그럴만한 행동을 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하게 된다. 이 모든 시선과 학교의 회피가 참으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몇 년 전, 우리 반 학부모님도 교사셨는데 소송에 휘말려서 휴직 중이신 분을 만났다.
너무 화병이 나서 쓰러지고 목디스크까지 온 그 학부모님이 우리 반 상담 중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교실에 CCTV가 없으니 제 말을 입증할 수가 없대요.'라고 하셨었다.
대학교 교직론 시간에 배운 단어 'Sink or Swim'
초임 교사의 교직 적응 상황을 표현한 단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처럼. 독립된 공간, 교실에서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스스로 해처 나가야 할 교직 사회의 적응단계를 표현하는 단어라고 배웠다.
나는 15년 차이고 소송을 당한 이웃 학교 선생님은 나보다 경력이 더 많은 교사인데
우리 모두는 아직도 Sink or Swim의 상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