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으로 알게 된 내 아이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온라인 수업은 왜 힘들까요?

by 라온쌤

“안녕하세요, 어머님. OOO이가 O월 O일 수업을 다 듣지 않아서 연락드렸습니다.”

“OO이의 수학 과목 평가가 미응시되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교사의 학교 풍경은 매우 생소해졌습니다. 오전 중에 E학습터 강의를 열어 놓고 오늘 할 일을 꼼꼼하게 공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후, 컴퓨터를 켜서 자가 점검이 되지 않은 학생이 있는지 살펴보고, 지난 학습을 다 하지 않은 아이, 평가가 안 된 아이, 게시글로 활동사진을 올리지 않은 아이 등 각 과목마다 할 일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체크합니다. 이럴 때는 간혹 교사가 학습지 교사 또는 상담원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확인이 다 끝나면 E학습터에 쪽지 보내기 기능으로 학생들에게 먼저 안내합니다.


“ OO야, O월 O일 사회 과목 수업 진도율이 부족하더라. 조금 더 힘내서 해보자. 파이팅!!” 이라며 격려와 응원 그리고 부탁의 쪽지를 보냅니다. 그리고도 며칠 동안 수업 진행이 되지 않으면 이제 학부모님께 연락을 드립니다.

교사로서 이런 순간 참 난감합니다. 저 또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선생님께 이런 전화를 받으면 괜히 제 잘못 같습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제가 지적당하는 것 같고, 낯부끄러워집니다. 내가 집에서 아이 옆에서 꼼꼼하게 도와줄 수 있으면 그나마 낫습니다. 나도 일을 하고 있고 아이의 온라인 학습을 돌봐줄 상황이 되지 않는데 이런 독촉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5학년쯤 되는 아이는 학교에서 하는 긴급 돌봄에 가려고 하지도 않고,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기에도 학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 보통은 부모님이 집에 돌아와서 아이에게 이야기하십니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은 다시 아이의 온라인 수업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는 꼭 엄마가 물어보면 다 했답니다.

“OO야, 오늘 수업 다 들었어? 과제는 다 했고?”라고 물어보면 다했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담임 선생님의 연락을 받습니다.


아, 정말 한숨만 나오는 상황입니다. 제 아들 녀석 이야기입니다. 코로나가 바이러스라서 무서운 게 아니었습니다. 알지 못했던 내 아이의 학습 태도 및 학습 능력을 낱낱이 조금도 꾸밈없이 드러나게 해서 더 무섭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항상 배우는 내용을 잘 따라 하고 성실하게 곧잘 해내길래 큰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했었는데, 집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은 왜 이렇게 구멍이 많을까요?

등교해서 수업을 하게 되면 교사와 반 친구들이라는 동료가 있습니다. 함께 하다 보니 내가 잘 수행하지 못하면 옆에 친구 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할 수 있고 교사도 돌아다니다가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금방 살피고 도와줄 수 있습니다. 모둠 활동과 짝 활동이 많아서 아이들 사이에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또래를 통한 학습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잖아요. 수업 시간 40분 동안은 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앉아서 수업에 집중하는 학습 태도도 배우고 연습하는 것입니다. 내가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해내는 것도 학교생활을 하며 배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런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현재와 같이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이나 과제 수행 중심 온라인 수업의 경우 아이가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을 즉시 묻거나 교사가 상황을 파악하고 도와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실시한다고 해도 학생 사이의 소통이나 협력 학습이 이루어지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아이가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혼자 자리에 앉아서 화면에 나와 있는 영상을 보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한 후 배움 공책을 스스로 정리하고 평가와 과제를 하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제시한 학습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순서대로 스스로 공부하고 익히는 방식입니다. 교사의 도움과 또래 친구들의 도움 그리고 학교생활이라는 환경 없이 영상과 나 사이의 공부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학자습이야 말로 정말 이상적인 공부 형태이지만 아직 아이들에게는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게 이제 걸을 수 있으니 너 혼자 걸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아이는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하고 몇 번 더 넘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온라인 수업을 갑자기 들이밀며 왜 안되냐고 묻는다면 아이도 참 답답한 노릇이겠죠. 어른들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요리 수업보다 직접 가서 몸으로 배우는 것을 더 잘 기억하고 집중해서 배우지 않나요? 온라인 강의 켜 놓고 다른 일 하기도 하고 집중하지 못해서 뒤에 요약 부분만 듣기도 하지 않나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새 학년, 새로운 교과 내용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우선, 온라인 수업으로 매체에 대한 노출이 증가합니다. 평소 컴퓨터 사용에 제한을 두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으로 사용량이 증가합니다. 수업 이외에 유튜브, 게임, 음란물 등을 접하는 시간과 빈도가 높아지며 특히, 학부모나 주변에 통제할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수업 영상 듣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힘듭니다.

두 번째,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앉아서 하나의 일과처럼 수업을 끝까지 듣는다는 것은 공부 습관이 잡혀 있고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야 가능합니다. 시간을 스스로 계획하고 써야 하는 만큼 늦잠을 자거나 미뤄서 하려고 하다 보면 수업을 듣기가 어렵거나 밀리게 됩니다.

세 번째, 다 들었다고 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새롭게 접한 개념이고 활동 중심 수업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5학년 사회에서 배우는 지형도 활동이나 수학의 최대공약수, 최소 공배수 같은 개념을 새롭게 배울 때 학교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개인적인 이해도를 점검하여 즉각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지만, 온라인 수업은 그럴 수 없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학교의 변화는 오히려 학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음에도 우리는 지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8월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미래 교육의 방향에 관해서 이야기하며 “감염병 상황이 끝나도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이 일반화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으며 특히 그 중 교육 부분의 변화가 크게 다가옵니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부가 이번 달 말 내놓을 미래 교육 방향이나 2022 교육과정 내용에 대한 현재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을 때 이는 더욱 확실해 보입니다. 그중 하나가 온라인 수업을 지속하거나 병행하는 수업 형태로의 변화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위에 말한 여러 가지 온라인 수업의 어려운 점을 근거로 들어 온라인 수업의 실효성과 학력 격차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올해 초 예고 없이 코로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처음인 상황에서 처음 새로운 기기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 그리고 홀로 공부하는 것이 익숙지 않은 학생, 학교나 학원에 일임했던 아이의 교육을 많은 부분 떠안아야 했던 학부모의 노력으로 한 학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교육의 변화에 대한 흐름이 교사가 주도되는 학습이 아닌 스스로 공부하는 힘과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제 그 중요성을 알고 하나씩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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