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부모, 바빠진 아이

학년이 바뀌면 부모님도 불안해진다.

by 라온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8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는 ‘(사교육을 안 시키면)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26.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23.7%)’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서(14.8%)’ ‘학교 수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도록 하기 위해(14.4%)’란 답변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학부모님의 불안감은 특히 아이가 한 학년 올라가는 1월 2월이 되면 높아집니다. 참 신기하게도 9월, 10월까지는 큰 걱정 없는데 아이가 이제 새 학년에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집니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친한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될까. 5학년부터는 학업 내용도 어려워진다는데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줘야 할까’와 같은 걱정에서부터 학부모 모임에 다녀와서 친구네 아들의 영어 점수를 듣고 또 다른 아이는 수학 학원에서 벌써 중학교 수학을 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갑자기 우리 아이가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듭니다.

그 불안감은 맘 카페에서도 드러납니다. 겨울방학 즈음이 되면 맘 카페에 ‘5학년 아이 수학 학원 보내야 할까요? 방학 때 읽히면 좋은 책 추천해주세요.’와 같은 글들이 쇄도하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현재 상황을 진단해보고 필요한 학원들을 열심히 알아보고 학원의 OT와 레벨테스트를 본 후 시간표를 짜는 것까지의 머리 아픈 일정을 학부모님들은 학년 시작 이전에 하나의 숙제처럼 합니다. 정말 대단한 열정에 저는 감히 따라가지도 못하고 존경스러운 눈빛을 보냅니다.


이런 관심과 아이의 교육에 쏟는 열정은 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대상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 걱정과 사랑의 중심에 혹시 아이가 제외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결국 내 아이를 위한 일이고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잖아요. 사랑하는 대상도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남편이 출장 다녀오면서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사 온 선물이 맘에 들기 어려운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다른 나라에 가서 부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걸 사가면 좋아하겠지? 내가 이렇게 능력 있고 다정한 남편이다.’라는 자부심으로 선물을 내밀지만, 정작 그게 마음에 들던가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 출장 나가려고 하면 정확한 브랜드와 품명을 콕 집어서 알려줍니다. 서로에게 그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자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내가 하는 사랑과 관심이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선생님, 아이는 당연히 공부하기 싫다고 하죠. 저희 아이는 아직 제 말을 잘 들어서 엄마가 해주는 대로 곧잘 따라 해요.”라고 생각하시면 앞으로 아이와의 관계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5학년이기 때문입니다. 5학년 아이는 논리적인 사고능력이 발달합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외부의 규칙과 환경에 적응하며 학교생활을 시작합니다. 공동체 내에서 규칙을 잘 습득하고 행동하는 아이가 학교 적응도 잘한다고 하고 예쁨 받는 아이이지요. 그런데, 5학년이 되면 잘 지키던 규칙과 부모님의 말에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왜? 해야 하지?’ ‘엄마는 책 안 읽으면서 나는 왜 읽어?’ ‘엄마는 공부 안 하면서 왜 나만 학원가라고 해?’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아이가 잘 자라나고 있는 것입니다. 간혹 ‘저는 별로 안 시키고 싶은데, 우리 아이가 좋아해서요.’라고 이야기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아이가 공부하고 학원에 새롭게 다니고 숙제를 해내는 것이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인지 혹은 이렇게 하는 것이 부모님께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라서, 부모님께 좋은 아이고 싶어서 하는 행동인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5학년은 공부의 주도권이 부모님에게서 아이에게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부모님의 말대로 움직이던 아이가 더 이상 아닙니다. 그리고 그래야 맞습니다. 그러므로 아이와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엄마가 해줄게. 엄마가 너에게 안 좋은 것을 해줄 리가 있겠니?’ 가 아니라 ‘네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무엇이 있니? 어떤 걸 도와줄까?’라고 협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작은 차이이지만 아이의 의사를 묻고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아이에게는 큰 차이로 다가옵니다. 나의 결정권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아이가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학원 다 안 다니고 싶어’라고 이야기한다면 부모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욱하는 감정이 올라오실 겁니다. ‘여기서 쉬면 안 하느니만 못한데, 다른 아이들은 학습량을 더 늘린다고 하는데 아예 안 한다고?’라는 생각과 함께 ‘역시 아이와 협의하는 것은 무리였어. 그냥 잔말 말고 다녀.’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시 불안이 올라오는 것이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는 기본 전제를 두고 무언의 기준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까요? 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고 끝까지 레이스처럼 달려야 할까요?


아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우선 그 마음을 읽어주시면 됩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너에게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겠네.’라는 이야기와 함께 아이의 현재 마음 상황에 대해서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점이 힘든지,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묻다 보면 부모님과 아이는 좋은 협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한 팀이 되어서 이제 시작되는 공부의 레이스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 레이스는 남과의 레이스가 아닌 내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내 아이만을 위한 스스로의 레이스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생각보다 아이들은 이렇게 물어봤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만한 힘이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안 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도 선택하고 생각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아이들 한 명씩 돌아가며 같이 밥을 먹습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전체 아이들로 보았을 때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반의 조용하고 말 수 없는 A라는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사소한 잡담을 하다가 아이가 급격히 바빠진 5학년 스케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 상담할 때 넌지시 어머님께 아이가 학원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은 몰랐다며 아이와 이야기해서 조정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꼭, 중심에 아이를 두시기 바랍니다.

항상 학부모 상담을 할 때 초등학교에서 수행해야 할 목표는 딱 두 가지, ‘독서’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정착’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집에서도 교육해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립니다. 모두 다 공감하시고 고개를 끄덕이고 가시지만, 실제로 다니던 학원을 줄이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논술을 시작했다고 하시더군요.


학원의 개수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부모님의 불안의 표현일 뿐입니다. 부모님의 불안은 아이에게도 전달이 됩니다. 불안감 대신 아이를 믿어주세요. 그것은 방임이 아니고 엄마로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의 믿음만큼 아이도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없이 새롭게 바뀌는 학년에,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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