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달라진 아이, 당황스러운 변화
몇 해 전 아침 시간에 교실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아이가 조금 늦게 일어나 지각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전화 속 목소리가 어두웠습니다.
알겠다고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끊으려고 하는데 어머님께서
“선생님,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잘 살펴봐 주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여쭈어보지 않았지만 아침에 아이의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생겼나 보다 하고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켜드렸습니다.
그런데, 조금 늦게 도착한 아이는 어머니의 예상과 다르게 즐겁게 그리고 아주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며칠 뒤 어머님과 전화 통화를 하며 그날 아침 상황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아이에게 아침에 날씨가 좀 추울 것 같으니 외투를 챙겨 입고 가라고 하셨는데 이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실랑이를 하다가 늦어졌고 결국 아이는 외투를 입지 않고 추운 겨울 날씨에 학교로 향했다고 합니다. 멋을 내는 여자아이도 아니고, 아무 옷이나 잘 입고 다니던 털털한 남자아이가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지 황당하기도 하고 추운 날 긴 팔 하나 입고 나가는 아이 모습이 마치 나에게 반항을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참 놀랐습니다.
우리 반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똑똑한 학생이었을뿐더러 그날도 여전히 아이는 학교에서 어머님의 걱정과 다르게 정말 즐겁게 지내고 갔습니다.
“선생님, 학교에서라도 잘 지내고 있다면 다행이네요. 그런데, 정말 아이가 요즘 자꾸 바뀌어 가는 모습이 참 힘드네요. 아이는 이런 실랑이 이후에도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내는데 제가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힘듦과 어려움이 가슴으로 전해져 와서 제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한 아이 한 아이 귀하지 않은 아이가 없고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가 없습니다.
장난꾸러기여도 공부를 좀 못해도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역할로 자식을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는 잘 안 되는 것 같고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더 잘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고 이런 부족들이 나의 정보력 부족이나 나의 행동 때문이라고 자책하거나 미안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가르치고 키우는데 나만의 철학이 있다고 자부하다가도 어느 순간 무너지고, 이 길이 맞나, 이 방법이 맞나 고민하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제 예상을 벗어나면 당황스럽고 또 걱정스러운 마음에 내 행동 하나하나를 점검하게 되는 그런 엄마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쿨한 부모란 없습니다. 항상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아이가 헤아리기에는 아직 어립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어머님의 전화 통화로 마음이 참 복잡해졌습니다.
저는 5학년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아이의 변화가 1년 단위로 크기 때문에 학년마다 색깔이 있습니다. 5학년은 자기 주도적으로 학급의 일을 할 수 있으면서 학습하는 습관도 잡혀 있어 교사가 원하는 수업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학년입니다. 그런데 학부모님께는 5학년 아이와 함께 잘 지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5학년을 몇 해 꾸준히 맡다 보니 학부모 상담 때마다 위와 같은 어머님의 한숨 어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한 당황과 두려움이 묻어나는 한숨입니다.
‘이러지 않았었는데 왜 그러지?’
그 해 5학년을 할 때, 여자아이 학부모님이 조심스레 상담을 요청해왔습니다. 태권도장에서 같은 반 남학생이 외모를 비하하며 놀리는 이야기를 몇 차례 했는데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시작한 시기라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하셨습니다. 여자 친구에게 사실을 물어봤고 아이가 우리 반 남학생으로부터 들었던 놀림 몇 가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토대로 남자아이와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그런 적이 몇 번 있지만 친구랑 장난치는 과정이었고 여자아이도 같이 놀려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받는지 몰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남자아이 어머님께도 전달드렸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어머님이 갑자기 울먹이셨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까지 정말 예의와 인성을 신경 써서 키웠는데 우리 아이가 한 말이 맞냐고 재차 물으셨습니다. 그 아이는 정말 예의 바르고 야무진 아이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엉뚱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합니다. 아이와 이야기하고 여자 친구에게 편지로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어머님은 이후 학부모 상담에서 우리 아이의 행동에 본인이 정말 놀라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은 내 아이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정말 깊었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혹시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이가 참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 아이에게서 낯선 행동과 낯선 말들을 보고 당황하시죠?
그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 온 아이에 대한 신뢰가 깊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사랑 속에서 컸을 아이는 보지 않아도 정말 잘 자랐을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