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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Mar 11. 2021

양파 6개가 뭐라고

쳇!

남자 3명과 함께 살면 공주처럼 산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 누군가의 의견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매 학년 초 아이들에게 실시하는 문장 완성 검사를 큰 아이에게 시켜보니 엄마는 .... 하고 뒷 문장을

'앵그리 버드'라고 적어놨다. 

저기 쇼파에 3명이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나 

나를 놀리고 도망다니는 3명의 모습을 보면

난 분명 앵그리버드나 도망다녀야 할 요괴의 가운데 어디 쯤 있는 것 같다.


분명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이해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 오빠와 결혼했는데

결혼 후 그 사람은 사라졌다.


요 며칠, 서운한 일이 있었다.

늘 그렇듯 너무 사소해서 말로 꺼내기도 유치한 일들이 항상 서운하다.

거창한 일 따위로 서운한 일은 없다. 차마 내 입으로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한 그런 사소한 것들이

늘 서로의 미묘한 감정을 건드리는 법이다.


퇴근 후 아이들의 밥을 차려주고 준비물과 가정통신문을 챙겨 주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2시간 잠들었다.

잠에서 깨 다시 서재 방으로 들어가 할 일을 한 참 시작하다가 모두가 잠든 거실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


부엌 싱크대 옆에 수줍게 까진 6개의 양파가 보인다.

오늘 장봐 온 양파를 망채 싱크대 속에 넣어 두고 아까 잠이 든 모양이다.


세상 얌전하게 싱크대 정리해놓고 까놓은 양파를 보니 정말 사소하게 상한 감정이 구멍 빠진 타이어처럼 피식~ 하고 조금씩 사그라든다.


쳇, 그 놈의 양파 6개가 뭐라고.


부부의 감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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