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의 원고를 넘기고 난 다음 날 때쯤이었다.
190쪽의 무거운 원고를 냅다 넘기고 '아, 끝났다!'라며 달콤한 휴식을 청한 뒤 일어나 보니 마법처럼 핸드폰으로 새로운 제안 연락이 왔다.
뭐야, 어떻게 알았지?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말이다.
방학 동안에 넘긴 원고를 퇴고하며, 아이들과 알콩달콩 지내며 공부를 봐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 문자 하나가 나를 흔들었다.
사실, 나에게 어려운 주제였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부분이었다.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제안이었으니까.
방금 전까지 방학 계획을 여유롭게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 문자를 받고 담당자와 전화를 하고 같이 할 사람을 섭외하여 미팅을 잡게 되었다. 일주일 사이에 또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설렘과 기대가 더 컸다.
해보고 싶다, 어렵겠지만 한 번 해보지 뭐.
이런 마음.
그런데 방학하고 주말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서 머리 싸매고 새로운 일을 하는데 전혀 집중도 안 되고 진행도 안 되는 상황이니
'아,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만 속으로 되뇌기 백 번째.
첫 발걸음 떼기가 참 힘들다.
'나, 말 시키면 안 돼. 나 내일까지 해야 할 일 있어'라고 결연하게 들어가 앉아있다가
올림픽 이야기가 조금만 큰 소리로 나면 다시 나가려고 하는
딱, 집중 못 하는 아이 모습으로 있다.
진행이 더디고 어렵고 이게 맞는지 모르는 일을 또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 걸을 디딜 수 있겠지.
내일까지 완료할 수 있겠지.
가장 어려운 건 항상 나의 불안과 걱정을 깨고 딱 한 걸음 앞서 내딛는 것이다.
파이팅!!
그래, 더운데 잘 됐지 뭐. 내일까지 다 하겠지. 라며 무한 긍정 회로를 돌리는 중.
새로운 미션이 성공하는 날. 버젓이 밝혀야지. (안 밝히면 어쩔 수 없이 끝난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