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Mar 30. 2023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긴 인생을 살아온 것도 아니고 엄청난 재능으로 돈을 모아둔 것도 아니다. 정말 남들보다 덜 일하고 무기력하다는 것을 이유로 무슨 일이든 오래 하는 법이 없었다. 돈을 벌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이겨내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 아닐까. 수많은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이 불안하고 두려웠고 그렇게 짧지 않은 기간을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무기력이 항상 매번 찾아왔고 한 번씩 찾아오는 무기력과 번아웃은 나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기 완벽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 역시도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돈이라는 것의 우선순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만 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하면서 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삶의 목표나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돈은 나에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이다.


물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돈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빠에게 아침마다 돈을 달라고 눈치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괴로웠고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가지고 있던 대출의 대출이자를 갚아나가는 것도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어려움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15만 원이라는 돈을 내기만 하고 원금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었으니 그때 당시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대는 것과 같은 허망함이 있었더랬다.


그 이후로 나이가 들어 혼자 독립을 하고 나니 돈이 정말 수돗물처럼 줄줄 새나가기 시작했다. 1인 가구의 메카라는 관악구 신림동 근방에 아주 작은 원룸을 구했다. 월세는 아마 45만 원에 관리비 포함해서 50만 원 언저리를 냈던 것 같은데, 크지도 않은 집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매달 지불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내가 살아온 인생의 문제고 건물주들은 그게 당연했으리라. 


처음 지냈던 방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공간이 넉넉했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책상도 있었고 옷장도 여유롭였다. 심지어는 해도 잘 들어왔다. 다만 집주인과의 소통이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느렸고 입주한 지 1달이 되지도 않아서 싱크대가 막혀 역류해서 바닥까지 물이 넘쳐 수리를 맡기려고 했고 수리비를 나중에 보내준다고 하면서 먼저 수리를 하라고 했다. 간단히 뚫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15만 원 정도가 되는 돈으로 수리를 했고 수리 진행하기 전에 문자로 몇 번이나 이 정도의 금액이 나올 것 같다고 연락을 했으나 3-4일 뒤에 확인을 해서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나는 1-2만 원 정도면 될 줄 알았다. 그 돈은 못준다라고 해서 분쟁조정까지 갔지만 마무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 이후로 바로 다른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나는 점점 하루가 다르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곳에 쓰는 것이 맞는지 옳은지 항상 걱정하며 노심초사했다. 돈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독립을 모두 마친 뒤 다시는 아무런 준비 없이 혼자 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 보증금을 어느 정도 모으고 나와야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내가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그것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무서운, 무거운 세상에서 지혜롭게 헤쳐나가면서 살아갈 힘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당장 먹고 마시고 돈을 쓰는 행위들로 무언가 자꾸만 빠져나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먹고 마시고 교통비를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내가 결국 책임져야 한다는 그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사실이 나를 자꾸 무기력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서 들어올 돈은 없는데 자꾸만 쓰기만 하니 이 마음이 곧장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이 아닐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자신감이 사라진 것도 다 내 탓이겠지만.

작가의 이전글 삶은 계란 아니고 지옥이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