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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6. 2023

요즘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예전과 다르게 짜증도 많아졌고 화도 많아졌다. 가장 가까운 문제점은 참을성이 없어졌다는 거다. 물론 외부의 개입이 나를 바꾸어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요즘 예민함의 극을 달리고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예민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누군가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공격적이라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공격적이고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 될 줄 몰랐다.


요즘은 정말 이상하다.


나는 내가 아닌 것 같고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공격적이고 까탈스럽고 모난 사람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이상은 모든 일에 둥글게 대하는 것이었다. 웃음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고 문제를 삼아야 할 일도 문제 삼지 않고 웃으면서 쿨하게 넘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의 지금은 내가 생각해 왔던 이상과는 정말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내가 나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쓴다고 브런치 프로필에 써두었지만 이렇게 작은 일을 글로 쓰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 글을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과 시작한 직후는 내 하루를, 내가 겪었던 일들과 경험한 일을 글로 쓰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적는 글이 나 자신과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작은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나는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유명해질 수 있는 작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남들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 나 자신을 또다시 옭아매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글로 쓰자고 했지만 요즘따라 아주 작은 일도 아주 크게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는 것 같고 불안장애가 극에 달한 것 같다. 병원에 가야겠다. 병원에 가고 싶지만 병원에 가서 불안장애가 치료되고 치료된 이후의 나 자신을 그릴 수가 없다. 평생을 우울증과 불안증, 무기력증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그 문제들이 쉽게 사라진다고 하면 그 이후의 정상적인 삶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마저 든다.


마치 쇼생크탈출에서 모범수로 나간 노인이 바라보고 겪는 새로운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평생 자동차를 본 적이 한두 번에 그쳤던 사람이 모범수로 사회에 나와서 바라보는 것이 자동차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인 것처럼. 나의 불안증이 해결된다면, 문제가 사라질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겠지만 막상 나를 지켜왔던 불안과 모든 정서적인 불안감들이 사라진다면 나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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