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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0. 2023

돈이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닌데

 사실 먹고 싶은 것도 없긴 하다.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집에만 있는 생활을 하다 보니 하루에 많이 먹어야 한 끼 반 정도를 먹는 게 전부다. 내가 잠을 자는 곳도 베란다가 바로 옆에 있는 곳에서 잠을 자니 겨울에는 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잠을 못 잔다. 집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까. 사실 큰 관심은 없을 거다. 내가 어떻게 사는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조차 모르겠지.


요즘 하루에 꼬박 세끼를 챙겨 먹기보다는 대충 뉘엿뉘엿 일어나서 라면이나 집에 굴러다니는 음식을 대충 먹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밥을 먹지 않아도 이제는 꽤 오랜 시간 공복으로 버틸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른들의 생각은 다르겠지. 항상 엄마가 하는 말이 있다. 네가 지금 당장은 젊어서 티가 나지 않지만 나이 들고 늙으면 늙을수록 건강에 이상이 생길 거다 그러니까 밥이라도 잘 챙겨 먹어라 하는 말들이었다.


사실 나는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굳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말을 하자면 회나 육회처럼 날 것이 가장 좋고 날 것이 질리는 순간이 오면 튀김류나 국밥류가 한 번씩 당기기는 한다. 우리 집 근처에는 그럴싸한 국밥집이 없어서 15분 정도는 걸어가야 있는 프랜차이즈 국밥집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 번씩 오며 가며 메뉴판을 보면 국밥 한 그릇에 9천 원-1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내 지갑상황만 좋지 않을 뿐 다들 돈을 벌고 있긴 하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먹고 싶은 음식이 많지 않고 다양하지 않지만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제로 음료수다. 우리 집 앞의 CU편의점은 1.5리터 제로콜라를 1+1 행사를 하고 있는데 그 덕분에 갈 때마다 제로콜라가 없다. 근처 편의점 중 1+1을 하는 곳이 이곳밖에 없다 보니 콜라가 남아나질 않는 것 같다. 그 콜라의 가격은 3,900원이다.


내 기준으로 소주 페트병 1개와 소주병 1개, 과자와 콜라까지 사면 한 번에 나가는 돈이 만 오천 원 가까이 된다. 물론 그렇게 쟁여두고 먹으면 3-4일 정도는 행복할 수 있겠지만 그 콜라가 다 떨어지는 순간 다시 그 돈을 써야만 한다는 압박과 1+1 행사를 언제까지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에게는 콜라를 사 먹는다는 것이 가장 큰 허들과도 같다.


가장 비싼 것 같으면서도 가장 먹기 힘든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자극적이면서도 먹고 싶었던 것은 나는 사실 콜라가 아니었을까. 물론 사 먹을 돈도 있고 여유도 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 자신이 콜라를 그렇게 비싼 걸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과 걱정이 문득 들 때도 있다. 내가 뭘 잘났다고 그렇게 비싼 걸 나한테 사줘?라는 마인드가 박혀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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