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먹을 것이 없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빠가 살아있을 때만 하더라도 과일을 여유롭게 사왔고 아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과일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빠가 죽고나서는 과일은 정말 희귀하게 바라만 보기만 했다.
계절 과일을 먹어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여름에는 수박을, 겨울에는 딸기를 먹어야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밥보다는 나은 것을 찾을 뿐이고 집에서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에서 먹을만한 것을 찾아봤지만 젓갈류밖에 없었다.
이런 집구석에서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내가 재료를 사서 반찬을 만들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집의 주인도 아니고 나는 이 집에서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기생충일 뿐이다.
이렇게 책임지기 싫었으면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났어야지. 떠나는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