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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24. 2023

나는 공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까칠하고 예민한 게 점점 나이를 들면 들수록 심해져 가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빌트인 냉장고의 경칩이 헐렁한 이유로 자꾸만 문을 닫을 때 문끼리 부딪히며 나는 쿵-소리가 자면서도 거슬리고 계속해서 나에게는 스트레스의 소리의 원인이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밤만 되면 역류하는 음식물 쓰레기와 섞인 불쾌하기 짝이 없는 냄새. 그리고 에어컨을 틀고 끄고를 반복하는 행위라던가 쓰레기를 제자리에 버리지 않는다던가 하는 행위들이 다 나에게는 스트레스다.


나는 이제야 서른 살이 넘었다. 사실 서른 살이 넘은 지 2년이나 되었지만 내가 생활하는 곳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엔간하면 화장실의 물 때나 곰팡이들은 미리미리 해치우려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하수구로 빠지는 곳에 있는 머리카락은 건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양이 매우 많다면 그것 또한 해치워야 할 문제이다.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지 못한다. 나보다 덜 예민하다는 이유로 청소를 미루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 이것은 성격 차이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서울 토박이에 서울 촌놈이라서 더러운 꼴을 보질 못한다. 그리고 심지어 나이를 먹은 이후에는 조금 더 깔끔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된 것은 분명하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은 것을 보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된다. 뒤처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결국 내가 해야 될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치우지 못했을 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면 나에게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단순히 지금 힘들어서, 지쳐서, 무기력해서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너무나도 예민하고 아주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있는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 내 기분을 망치거나 조금이라도 해치고 방해하면 나는 너무나도 화가 난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이게 분노 조절의 문제인지 우울증이 극심해서 혹은 스트레스를 정상적으로 해소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걸까 싶다. 그냥 나는 지금 너무나도 문제가 많은 사람인 것 같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혼자 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 문제가 아닐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제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하는 나이를 겪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사람을,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도 불안하고 불안해졌다.


나는 그냥 죽는 것이 가장 빠르고도 마음 편하지 않을까 싶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삶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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