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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22. 2023

나는 술 마셨을 때 그 텐션이 좋다.

인생의 행복을 따지자면 나에게 있어서 행복은 단연코 술일 것이다. 물론 술을 많이 마셔서 몸 상태가 엉망이 되고 살이 찌는 것은 이미 각오를 해두었지만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뭔가 더 불안해지고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술을 마셨을 때 가장 좋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술에 취한 기분도 아니고 술 덕분에 이리저리 돈을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술에 취했을 때의 텐션이 너무 좋다. 나를 포함한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술을 마시는 것 같다. 남들이 다 내 기분과 내 감정처럼 기뻤으면 좋겠어서. 기쁜 일이 있어서 기쁜 것이 아니라 술을 어느 정도 마신 이후에는 술에 취하는 텐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텐션 때문에 술을 마시자고 이야기를 하고 하루의 마무리를 술로 하는 것 같다. 물론 당연하지만 술을 싫어하거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술을 강요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술을 마셨을 때의 텐션이었으면 좋았을 뿐.


그냥, 내가 술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술을 적당히 조절해서 마시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본인이 조금 더 마시면 위험해질까 봐, 취할 것 같아서 더 마시지를 않는다. 보통 그게 맞다. 나는 어느새부턴가 술이 수면제가 되어버려서 술을 약처럼 먹고 잠이 올 것 같을 때 술을 마시지 않고 잠을 자니까 남들은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무언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든다.


왜 자꾸 가진 것도 없으면서 남들에게 베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걸까? 술을 마시면 인간의 진심을 알 수 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없다던 사람도 술에 취하면 이거 저거 가지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를 한다. 그런 것처럼 나는 그런 게 좋다. 기분이 좋아져서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하는 하소연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술에 취해도 가지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다. 그저 자취하고 있는 집에서 그나마 밥값 정도는 하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다. 나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렇다고 여유롭고 돈을 투자해서 얼리어답터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플루언서가 된다던가 파워블로거가 된다느니 허망된 꿈은 이미 가져다 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된 이후로 나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 것도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그저 일용직으로 술값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온 사방에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것 같다. 내 성격은 성격대로 지랄 맞아서 남들에게 따듯하고 좋게 다가갈 수가 없다. 물론 처음부터 욕을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타고난 성격이 이상하게 지랄 맞다. 나도 싫다. 조금 더 내가 손해 보더라도 따듯하게, 친절하게 할 수 있는데 한번 기분 나쁘다고 개처럼 뭐라고 하는 꼴을 보면 나도 나 자신이 싫어진다.


아, 술이 취하질 않는다. 약이라도 먹고 술을 먹고 강제로 몸을 죽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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