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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16. 2023

다시금 햇빛알레르기가 내 몸 안에서 창궐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햇빛 알레르기를 앓았다. 햇빛 알레르기라는 것을 사람들이 믿기 시작했던 것은 햇빛 알레르기로 고통받다 돌아가신 개그우먼 고 박지선 님 사건 이후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나때만 하더라도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해버리는 게 당연했다. 그 시절에는 그런 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을 거고 햇빛이 없으면 금방 사라지고 햇빛 아래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노출이 된다면 알레르기가 극심히 올라오는 질병이기도 하다.


4-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햇빛 알레르기가 심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햇빛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연예인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몇 번 찾아보긴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나의 몸 체질이 술과는 정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 큰 충격도 아니었을뿐더러 그게 뭐 대수인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전으로 넘어가자면 2012년 어느 날, 군대 훈련소에서 유격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땡볕 아래에 있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질병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고 나는 당연하리만치 손을 번쩍 들고 햇빛 알레르기가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와 같은 훈련소들이 아주 많은 유격훈련장에서.


그렇게 상황 설명을 하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내 군생활은 그때부터 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동기들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해 댔고 나는 그때부터 누구와도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가도 돌아오는 것은 무시밖에 없었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땡볕에서 PT체조를 땀 뻘뻘 흘리면서 개처럼 고생하고 있는데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그늘에서 쉬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나조차도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는 이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회사생활을 할 때는 늘 긴팔을 입고 다녔으니 햇빛을 직면해도 3-4시간 노출되는 것이 아닌 이상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햇빛을 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양쪽 팔에 두드러기가 벌겋게 올라온다. 그 가려움을 참지 못해서 긁고 또 긁고 하다 보면 어느샌가 피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해 있다거나 피부가 까져서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여름이 갔고 가을이 왔고 겨울이 올 차례이니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결국 햇빛 알레르기라는 것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에 나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고통스럽고 자면서도 긁고 햇빛 아래에 있을 때는 솔직히 괜찮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시간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보는 것도 고통스럽고 간지러워 긁으면 고통이 곱절이 되어버린다.


나는 분명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고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이것을 글로 쓸 생각은 없었다. 이 키워드가 아닌 다른 키워드가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10월은 너무 바빠서 가족 얼굴도 보러 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술은 마시면서 나 자신을 달래주고 있긴 하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원.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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