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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08. 2023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

최근 일본을 또 다녀왔다. 이번에는 꽤나 길게 다녀왔다. 4박 5일 일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특유의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내가 유일하게 자주 가는 나라인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들의 문화가 너무나도 좋고 아름답고 깔끔하다.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문화도 너무나도 좋고 사람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한다. 우리 역시 여행을 다니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불쾌한 일은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무례한 사람들은 끝도 없이 무례하기도 하다.


하루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괜찮은 술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한국인들의 리뷰로는 한국의 코다차야 같은 느낌으로 하나의 공간에 여러 개의 술집들이 입점해 있으며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받아오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첫 번째 방문했을 때는 매우 친절한 가게를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업원도 두 명이나 있었고 요리하시는 셰프님도 두 분이나 계셨다. 돌아가면서 응대를 해주셨는데 너무나도 친절하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응대를 해주셨다. 비록 언어가 원활하지 않아 먹으려던 일본주를 따듯한 물에 섞어서 준다거나 차가운 물을 달라고 했는데 알아듣지 못하고 차가운 일본주를 가져와서 적잖은 당황을 했지만 언어가 잘 통하지 않으니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갈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참 좋은, 친절한 가게라고 생각했다. 한국어를 못하시는 셰프님이 계산하려고 나가려던 찰나에 JMT! JMT! 이러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걸까? 생각했지만 존맛탱! 존맛탱! 이러면서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주셨다. 그런 모습들이 술기운이 도니 참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았었던 것 같다.


그 다음날 또 똑같은 곳으로 방문을 했다. 이번에는 다른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고 다른 가게의 사장님들은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전날 방문했던 직원들은 온데간데없었고 새로운 사람들로 다 바뀌어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첫 번째로 방문했던 날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인원이 더 많았던 것 같았다. 일본의 튀김요리인 쿠시카츠를 다루는 곳으로 가서 앉아서 술을 주문하고 튀김을 주문했다. 60대 배불뚝이 아저씨처럼 보이는 사장님이 몸이 안 좋으신지 무릎이 안 좋으신지 표정이 좋지 못했고 무언가 불만이 굉장히 쌓여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게다가 핸드폰을 하고 주문을 받으려고 기계를 만진 맨 손으로 우리가 주문한 고기꼬치를 맨손으로 조리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서비스가 좋았다면 그런 일도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을 것 같았지만 앉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이 더 많이 부각되어 보였을 수도 있다.)


사실 친절하지 않은 것뿐이지 그리고 다른 일본인들이 특출 나게 친절하고 웃음이 많고 기분 좋은 텐션이었을 뿐이지만 유독 더 크게 마음으로 와닿았던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기분이 좋지 못했다. 정말 억지로 일을 하는 것 같은 표정과 제스처, 행동들이 계속해서 쌓여서 주문한 것만 먹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주 한 잔, 하이볼 한 잔, 쿠시카츠 2개 해서 2만 3천 원이 나왔다.


그걸 보고 둘 다 의아했다. 이렇게 먹었는데 2만 원이나 넘는다고..? 정말 짜증 나고 화나는 순간이었지만 여긴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화가 났다. 그래서 결국 다른 술집으로 갔지만 가려던 술집은 건물의 안쪽의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구글 맵 리뷰로는 4.9점인 술집이어서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차가 빠르게 지나다니는 골목에서 술집을 겨우겨우 찾았다.


정말 작은 이자카야였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6-7자리였고 바 테이블로 구성이 되어있었고 옆자리 사람과 꽤나 촘촘히 앉았어야만 하는 자리였다. 담배를 피울 수 있었고 서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두 개가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 앉아서 메뉴판을 천천히 살폈지만 일본인들이 쓴 메뉴판을 일본어도 모르는 한국인이 알아볼 수 없었다. 대충 보이는 것들을 주문하고 사케를 두 잔 주문했다. 여기는 다른 곳에 비해 술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소주보다 조금 더 큰 잔 가득 따라주고 컵 받침대에 흘러넘칠 정도로 술을 준다. 한 잔에 7-8천 원으로 한국에서 먹는 칵테일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맛은 칵테일보다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다. 사케는 사실 도수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음료수처럼 숭숭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어서 사케를 아무리 먹어도 취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사케만 맛있었더라면 우리는 이곳을 한 번만 오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가 운영하는 그 작은 이자카야는 메뉴를 뭘 시켜도 정말 손맛과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맛있었고 친절함과 손님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한국어를 못하지만 번역기로도 계속 대화하려는 모습이 참 감사했고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리고 잘 모르는 단어들로 계속해서 소통하려는 모습도 기뻤다.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뭔지 알게 해 준 분들이었다. 그리고 술을 왕창 마시다가 옆자리에 있는 40대 남자 한국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에 살았을 때는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에 살았어서 이야기가 점점 많아졌고 말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한국인은 계산을 할 때 우리 테이블까지 계산을 해주었다. 우리가 그때 먹은 비용은 적게 잡아도 10만 원이었을 텐데 같이 계산을 해달라고 했고 부부 사장님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 분들 많이 마셔서 돈이 많이 나왔다고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계산해 달라고 하고 계산을 해주셨다.


그분을 다시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친절함과 배려심이 나를 자꾸 일본으로 이끄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일본 맥주는 너무나도 맛있다는 거다. 한국 맥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음료수 같다. 나는 맥주를 좋아하지도 않고 한국에서는 마시지도 않는 술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점심에 맥주를 6잔이나 마셨다. 그 정도로 맥주가 맛있는 곳이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남에게 피해 주기 싫어한다는 그 마인드가 굉장히 멋지고 나랑 잘 맞는 것 같아서 일본이 좋은 것 같다.


물론 여행 때 모든 것이 기분 좋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일본 여행기를 한번 적어봐야겠다. 일본 여행이 쉬운 건 아니었지만 가장 어려운 건 입, 출국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선 무슨 이유에선지 감기가 떨어지질 않아서 고생만 하다가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행복했다. 사람들 때문에도 행복했고 일본 골목이 주는 그 특유의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간판만 빛나는 그 감성이 너무 좋았고 마음에 들었다. 나는 다음에도 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일본으로 갈 것 같다. 쇼핑하는데만 19만 원을 썼다. 뭘 샀는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한동안 장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것들을 사 왔다.


다음 여행에는 쇼핑을 적당히만 하고 와야겠다. 엄마가 부탁한 3색 볼펜을 3개밖에 사지 않았는데 가격이 1만 7천 원인 것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못 하겠다.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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