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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02. 2023

인생이 다 사라진 것 같다.

나는 항상 술을 마신다. 일이 풀리지 않다는 느낌은 술을 매일 마시니까 그럴 수 있다. 그리고 술을 매일 마신다는 것은 나 자신의 목숨을 자신이 깎아먹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심지어 나의 아빠는 술을 그렇게 드시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아빠의 장례를 치렀더라도 술을 끊을 수가 없다. 지금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아빠의 장례식에서 잘 곳이 마땅하지 않아 장례식장의 술을 두 세병 마시고 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일어나서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숙취가 없었고 조금 늦게 일어난 것 말고는 문제는 딱히 없었다.


그렇게 나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아빠의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과 나의 삶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꽤 괜찮게 살던 우리 집은 급하게 팔고 넘겼어야만 했고 그 집을 팔고 그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내 앞으로 되어있는 국채와 엄마 앞으로 되어있는 많은 국채를 해결하는데 쓰기 바빴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여담이지만 아빠를 그동안 모셨으니 돈을 토해내라는 역겨운 친척들의 요구까지 다 청산을 하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집과 대출뿐이었다.


이 일로 온갖 친척들과는 연을 끊었고 아무런 연락도 소통도 없었다. 심지어 아빠의 기일에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이 세상에 남겨진 것은 엄마와 친누나, 나 이렇게 세 명이 전부였다. 나는 너무나도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에 친척 집에 갈 때마다 고모라는 인간이 하는 가시 박힌 말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베푸는 친절과 베풂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달이 난 것은 그가 말한 한 마디에 나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집 달라고 안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라는 말에 나는 왜인지 모르게 싸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아빠가 이 세상을 뜨고 난 뒤 시작되기 시작했다. 본인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으니 돈을 달라는 말부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빠는 엄마에게 말을 하지도 않고 지금 친척들이 살고 있는 집을 남몰래 명의 변경까지 해서 친척 동생들에게 준 것이 확인되었다. 그것을 보고 엄마는 이 세상의 분노보다 더 훨씬 큰 분노를 했고 그 분노가 너무나도 커서 오히려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 결국 모든 친척들과는 인연을 끊었고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날에 어딘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 되어버렸다. 연을 끊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것이 남아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 가족을 등지고 우리 가족에게 심지어 돈을 요구하는 친척을 보고서는 온 가족이 정이 떨어져서 다시는 보지도 않고 연락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아빠를 그동안 모신 이력이 있으니 3천만 원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꼴을 보고서도 어떻게 친척이라는 결속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모든 일을 글로 남겨둔다는 것은 결국 내 얼굴에 먹칠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시는 잊지 않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싶다. 언젠가 우리 가족은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마음이 약해지거나 육신이 약해진다면 친척들을 찾을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싶다.


쓰레기 같은 친척을 둔 아빠의 가족들은 이미 이 세상에서 내버려진 지 오래이고 그 집 하나 건져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미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5-60대, 노인네들이기 때문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이럴 때 통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죽고 나서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보상을 해줬고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다시는 우리를 탓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결국 3천만 원이라는 돈으로 연을 끊었을 뿐이다.


이렇게까지 글이 자극적이고 현실적일 필요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겠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것은 다시는 어떠한 접점으로 만나지 않기를 빈다. 어떠한 연락이 오더라도 답장도, 연락도 하지 않을 것이지만.


피차 더럽게 끝났으니 각자도생 합시다. 그들의 자식들이 이 글을 볼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떳떳하다. 억울하다. 그러니까 이 사태를 겪고서도 억울하다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연락을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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