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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01. 2023

제안해 준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부터 나에게 일을 해보라는 분에게는 미안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일을 추천해 주고 담당자와 자리를 만들어줬는지조차 아직까지도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는 없지만 결국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는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무조건 좋은 쪽으로만 이야기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요즘 엉망인 상태로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본인들은 회사에서 몇 년 동안 같은 일만 해왔으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었겠고 처음 접해보는 전문적인 용어들에 휘둘리기 시작했던 것 같았고 당장 나에게는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더 확인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일단 고민해 볼 시간을 가지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허겁지겁 빠르게 끝낸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담당자라는 사람이 나에게 사기를 치거나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을 알려주거나 했을 리는 없다. 혹시라도 모르는 일이지만 혹여라도 그랬다면 나는 작정하고 속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작정하고 서류들을 조작해 버린다면 나 같은 처음 접하는 직업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끔뻑 속아 넘어가버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어찌어찌 긍정적인 대화들이 오갔지만 주변 어른들과 다시 상의를 해 본 결과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더 물어봤었어야 했던 것들을 뒤늦게 듣고 나니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당장 나가야 할 돈도 없거니와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 자체는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정도는 각오하긴 했지만 내가 물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의구심과 물음표가 한가득이었다.

마치 번아웃이 온 기분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어느 정도 성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제대로 물어봐야 할 것들을 물어보지 못했고 마냥 신나고 들뜨는 마음과 새로운 사람과 그런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눈다는 공포심과 불안함이 공존했다. 최근 반년 가까이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항상 만나던 사람만 만나왔고 친분이 쌓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아예 처음 보는 사람과 전문적인 대화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던 것이었다.

제안은 참 감사하고 혹하는 내용들이었지만 작정하고 사람을 속이려면 속일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하다. 이번에는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지 어떤 말로 포장을 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아주 약간 고민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이 5%라면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은 95% 정도가 된 것 같다.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싶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을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 물론 5%가 이길 확률은 5%보다 낮겠지만.

몇 번 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좋은 아이템이 있다고 해보라고 권유를 한다면 하겠는가? 성공일 수도 있고 쪽박일 수도 있다. 선택은 나의 몫이지만 그런 것들 유연하게 대처하기에는 난 아직 경험도 없고 아직 많이 어린것 같다. 부모님의 사업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의 호의나 제안은 몇 백번이고 의심하고 의심해봐야만 한다.

왜 이런 일을 친분도 없는 나에게 알려주는 걸까? 매력 있는 아이템이라면 본인이나 주변인들이 먼저 다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해보더라도 사실상 답은 나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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