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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21. 2023

술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요즘 슬슬 몸이 버티질 못하는 것 같다. 예전보다 숙취가 오래가고 요 근래 오전에 일어났던 적이 몇 번 없다. 물론 내가 술을 마시는 시간대가 새벽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너무 늦게 일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밤낮이 완벽히 바뀐 기분이다. 낮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을 먹고 집 청소를 하고 또 졸리면 잠깐 누워있다가 20분 정도를 다시 잤다가 기신기신 일어나서 다시 방 청소를 하고 집안일할 것이 없는지 한번 다시 보고 설거지를 한다거나 청소를 한다거나 분리수거를 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또 시작된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중독의 수준을 넘어선 것 같긴 하다. 술을 끊어서 먹어본 적이 없고 뇌의 기능도 점점 떨어져 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 깡소주만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늦은 새벽까지 술을 혼자 먹다 보면 이상하게 출출해져서 야식까지도 많이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좁은 집에서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냐면 우리 집에서 3분 거리에는 코스트코가 있다. 거기서 1.8L짜리 두 묶음, 3.6L를 판매하는데 그 가격이 약 8천 원 정도 된다. 그걸 하루, 이틀 만에 다 먹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편의점보다 몇 배는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그런지 술을 흥청망청 마시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편의점에서 640ml 페트병 하나에 약 3,600원 정도 한다. 그렇게 두 개를 사면 7천 원 정도의 돈이 되는데 양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한 번씩 코스트코를 가서 생수와 소주를 사 온다. 사실 그렇게 매번 먹으면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을 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술이라는 것을 멀리하고 싶다. 내 자유로 결정하고 싶다. 마시고 싶은 날엔 적당히 마시고 마시기 싫은 날엔 단호히 마시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미 중독 수준을 넘어선 내 입장에서는 그것을 조절할 수가 없다. 물론 노력은 해볼 수 있겠지만 결국 결과는 똑같다. 그리고 가장 끊고 싶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술안주가 뭔지 모르겠어서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음식이나 간단한 요리 같은 걸 해서 먹곤 한다. 예를 들면 계란말이나 어묵탕, 어묵 등등 그런 메뉴들과 함께 술을 먹곤 하는데 나는 오래전부터 혼자 술을 마시던 게 버릇이 되어버려서 집에 있는 반찬을 꺼내서 먹거나 그것마저도 입에 맞지 않거나 배가 불러지면 그것마저도 먹지 않고 생수랑 물을 먹는다. 그래서 그런가 술이 훨씬 더 빠르게 취하는 느낌이고 다음 날 숙취가 어마어마해서 빨리 일어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래 체질이 숙취가 많아서 술을 한 종류로만 마셔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소주를 먹다가 맥주를 먹는다거나 하면 다음 날 완전히 뻗어버리는 수준이다. 그리고 워낙 예민해서 그런 건지 종류가 다른 소주를 먹으면 그것 또한 숙취가 굉장하다. 처음처럼을 마시다가 참이슬을 먹으면 다음 날 숙취가 고스란히 쌓인다. 이런 몸인데도 계속해서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것 말고는 다른 취미를 찾을 수 없어서이다.


물론 돈을 조금씩 벌기는 해서 그런지 요즘은 여행에 관심이 많아졌다. 물론 여행을 하면서 영상을 찍어서 수익을 낸다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그냥 여행이란 것 자체가 너무 좋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한 번씩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이번에 갈 곳은 일본의 도쿄이다. 매번 한국인이 많은 오사카만 가다가 도쿄 가는 비행기 표가 생각보다 저렴해서 덜컥 구입해버리고 말았다.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버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여행 한 번에 백만 원, 혹은 그 이상 쓰고 다니는 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일본이란 나라에서 배워오는 것과 경험하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돈을 계속해서 모으기만 하면 뭐 할까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라 돈을 조금이라도 쓰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


이러다가 한번 큰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봐야 정신을 차릴까? 나는 심지어 잘못 살아왔던 과오때문에 대출도 전혀 나오질 않는다. 저축은행 혹은 그 이상의 곳에서만 대출이 아주 조금씩밖에 되질 않는다. 저번에는 대출 심사를 했는데 70만 원에 이자율이 굉장히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모르겠다. 일단 다녀와봐야 정신을 차리게 되려나 싶은 생각이다. 물론 무턱대고 모든 돈을 다 써버리자! 소비해 버리자!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일본 여행이라는 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인간다움을 중요시하는 일본이란 국가가 참 매력적이다.


나는 현실에서도 예의범절, 매너, 서비스 마인드 등을 항상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 한국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 서비스직을 하는 직원이지만 서비스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인류애가 사라지다 못해 박살이 나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일본이란 곳을 더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일본은 소주가 비싸서 음식점에서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다. 니혼슈나 맥주 등등 너무 맛있는 술들이 많지만 니혼슈와 같은 사케는 도수가 그리 높지 않아서 많이 마셔야 조금 취하는 수준이고 맥주는 너무 맛있지만 한 잔에 6-7천 원씩 주고 먹고 싶지는 않다. 물론 한국 맥주와 비교했을 때 부드러움이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 맥주잔은 양이 굉장히 적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지 않다.


술을 끊어볼 생각으로 글을 썼지만 결국 끝은 또 술이구나. 어쩔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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