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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22. 2023

나이가 드니까 바뀐 것들

나이가 드니까 바뀐 것들이 있다. 10대와 20대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 나는 청소 회사를 1년을 다녔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하는 게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이 든다. 그리고 집에서도 더러운 책상이나 옷장을 보질 못한다. 물론 어려서부터 더러운 것을 보지 못하고 한 번씩 몰아서 청소를 할 때는 있었지만 요즘 들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청소나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다.


물론 혼자 살아서 설거지와 집 먼지, 환기, 청소, 빨래 등을 혼자서 도맡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있었겠지만 그냥 난 깔끔한 게 좋다. 깔끔함을 넘어서 이건 결벽증일까? 싶은 정도이기도 하지만 아직 거기까진 아닌 것 같다.


물론 더러우면 치우고 싶고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은 곳을 보면 덜컥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화장실 청소와 냉장고 청소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화장실은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더러운 곳이나 푸세식 화장실을 못 갔고 무조건 깔끔한 곳이었어야만 갈 수 있었다. 공중화장실도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보통 가질 않고 참는다거나 했다.


아주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가 정동진 어딘가에 있는 아는 지인의 민박집을 자주 갔다. 거긴 민박집에서 걸어가도 2분이면 바로 바닷가가 있었기 때문에 위치상으로는 최고의 바닷가를 가진 민박이었다. 지인이라는 이유로 큰 방 두 개를 내어줬고 큰 마당에서는 불을 피워 고기도 먹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정말 최고의 민박이었다. 그 당시에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는 게 화장실이 정말 최악이었다. 그 기억 때문에 나는 아직까지도 더러운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일단 옛날 시골집이나 보통의 오래된 민박을 가면 보이는 소변기가 있다. 지금처럼 네모 반듯하게 나오는 소변기가 아니라 물방울처럼 동그랗게 있는 소변기인데 보통 그런 소변기가 있는 화장실은 더럽고 냄새가 많이 난다. 그리고 그런 곳엔 꼭 이상하게 슬리퍼가 없다. (나는 지금도 화장실을 맨발로 못 걷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뜨거운 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수영은 여름에 하지만 샤워는 뜨거운 물로 할 수 있었을 텐데도 어려서부터 찬물로만 샤워를 해서 그것 또한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보다 심한 건 화장실의 상태였지만.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화장실 청소는 잘 못한다. 물론 술 많이 마시고 더러운 게 눈에 보인다면 바로 청소 솔을 들고 청소를 하겠지만 굳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화장실이 너무 더럽다. 물때 끼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염이 생기는 것까지 으으. 너무 고통스럽다. 생각만 해도.


청소업체를 다녔을 때 유일하게 하지 않은 것은 화장실 청소였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쓰레기봉투 교체, 바닥 청소, 먼지 청소, 커피머신 청소, 회의실 청소 등 간단한 것들만 했는데 1년 다닌 청소 회사에서의 루틴이 그대로 집까지 쫓아온 것만 같다. 난 집안일을 하는 게 더 좋지만 화장실 청소는 누군가 해줬으면 좋겠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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