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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26. 2023

밤낮이 완벽히 바뀐 삶

나의 밤낮은 완전히, 그리고 온전히 뒤바뀌었다. 지금은 새벽 다섯 시다. 물론 술을 늦게 마시기 시작해서 끝나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밤낮이 완벽히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약에 취해서 잠에 들거나 술에 취해서 잠에 들면 되는데 중간이랄 것이 없다.


무조건 많이 마셔야만 취할 테고 그렇게 취해야만 잠을 잔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잠을 자는 것이 아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잠을 안 자고 살 수 있는 삶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잠을 자는 것이 꽤나 무섭다. 요즘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잠을 잘 때도 그렇고 잠에서 깨어날 때도 그렇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 통증이 욱신욱신거릴 정도로 아프다. 자면서 한 자세로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정말 많이 뒤척이기 때문에 그래서 온몸이 더 골고루 아픈 걸 지도 모른다. 좌우로 흔들면서 자는 것은 기본이고 어쩔 때는 잠이 안 와서 엎드려 잘 때도 있다. 그러니까 온몸이 고루고루 아플 수밖에.


물론 나는 낮보다 밤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새벽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하지만 새벽을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과 똑같았고 남들과 다른 패턴으로 민폐가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새벽 내내 술을 마시면 결국 냉장고를 열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하는 행위가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본가에서 다 같이 살았을 때도 그것 때문에 트러블이 많았다. 아빠는 항상 거실에서 주무셨지만 거실 바로 옆에 부엌이 있었고 파티션도 없었던지라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소리부터 가스불을 켜는 소리까지 그리고 냉장고를 열 때마다 불이 들어오는 것 때문에 아빠가 많이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방에 술 냉장고를 들이긴 했지만 냉장고를 샀다고 해서 안주가 가득 넘쳐흐르는 것도 아니었다.


밤낮을 바꾸는데 가장 좋은 것은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는 것이다. 낮잠이고 밤잠이고 잠깐의 잠이라도 자지 않고 제대로 된 시간에 잠에 드는 것이 가장 주요하다. 하지만 이미 나는 그런 삶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그냥 밤이 좋다. 새벽이 좋다. 해가 떠오르지 않은 그 시간이 좋다. 좋다는데 바뀌어야 할 것이 있을까 싶다가도 이 삶에서, 이 세상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려면 제대로 된 생활패턴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하지만 이미 정신을 차려보면 새벽 5시 6시, 7시가 다 되어있다.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떠오르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바뀌고 싶다. 바꾸고 싶다. 하지만 쉽지 않겠지. 이럴 때마다 나 자신이 참 한심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술 하나를 못 끊어서 이 지경이 된 것이 참 우습기만 하다. 그러니까, 내 마음은 반반이다. 이게 좋으면서도 바꾸고 싶지 않고 바꾸고 싶으면서도 바뀌지 않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술이 없으면 사실 나에게 흥미랄 것이 딱히 없다.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제를 내고 나면 거진 빈털터리가 된다. 그 현실을 잊으려고 억지로라도 먹는다고 볼 수 있겠다. 어떻게 이야기를 하던 변명이겠지만.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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