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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Feb 21. 2024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글 쓰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면서도 '오늘은 글이 잘 써지는구나'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오늘은 정말 글이 안 써지네' 하는 날도 분명히 있다. 그럴 때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의미 없는 글을 공장에서 가공식품을 찍어내듯이 글을 쓰는 게 맞는 건가? 할 때도 있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인데 조회수가 높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큰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 반대로 생각지도 않게 글을 못 썼는데 조회수가 잘 나오거나 구독자가 한 명이라도 늘어나는 날은 나 자신이 뿌듯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힘을 버는 것 같았다. 당장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출판사에서 협업을 하자는 요청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막말로 이런 주제의 글로 돈을 번다는 것도 말도 안 되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원동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참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내 글은 가끔가다 한 번씩 터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글을 더 쓰고 싶은 원동력과 에너지를 얻는다. 내 보잘것없는 글이라도 누군가는 봐주고 있구나,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구나-라며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정성껏 누군가를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몇 주에 한 번씩 내 글이 알고리즘을 타고 조회수가 굉장히 높아지는 때가 있다. 그게 오늘이었다.


어제는 새벽 늦은 시간에 잠을 자서 오후까지 골골대며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지만 일어나자마자 굉장히 수상한 알람을 보게 되었다. 브런치 모바일 앱 알람이 19개나 와있던 것이었다. 보통 내 글이 그렇게 조회수가 높거나 좋아요가 많은 편은 아니다. 구독자가 아직 80명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게 내 글을 읽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구독자가 많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더군다나 내 글은 비주류 글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 보단 오히려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 앱 알람이 19개나 와있다는 게 굉장히 의아했다.


그렇게 차분하게 알람을 하나하나 읽는데 조회수가 5,000회가 넘겼다는 알람을 보고선 정말 경악을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한테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근데 내 글이 왜 그렇게 조회수가 높은 거지? 하면서 남들 몰래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었다. 뿌듯했다. 의욕 없이 살아가던 내 삶에 찰나의 뿌듯함이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는 것이 굉장히 보람찼고 대견했다. 나는 내가 잘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할 줄 아는 것들도 자신 없고 잘 못한다며 무언가 하기를 꺼려왔었다. 그중 내 손으로 놓지 않았던 것은 글을 쓰는 행위였다.


그렇게 나는 오늘 하루종일 굉장한 하루를 보냈고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참 대견했고 특별했다. 하지만 조회수가 그렇게 폭발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제가 강아지였기 때문이지 그런 밝고 긍정적인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다시 아무도 모르는 브런치라는 세상 속에서 가장 구석에 있는 이름 모를 작가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다시금 엄청난 원동력이 생겼으니 당분간은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요즘은 집 밖으로 나가질 않아서 굉장히 한정적인 글들이 되겠지만 그마저도 글을 쓴다는 행위가 된다면야 충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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