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Feb 17. 2024

언젠가부터 집돌이가 되어버렸다.

히키코모리는 아니겠지?

20대에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회생활 같은 알바의 삶을 살았을 때는 집 밖으로만 쏘다니기 바빴다. 집에 있는 게 오히려 싫었고 집 밖으로만 계속해서 돌아다니곤 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집에 가면 엄마가 잔소리를 하고 아빠는 항상 술에 취해서 들어오니까 그게 보기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집이 싫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로 집이 싫었다.


30대가 되고 신림동에서 무려 1년에 세 번 이사를 하고 혼자 살다 보니 무언가 성격이 바뀐 걸까 집에만 있는 게 마음이 편하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에는 나갈 돈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서 그런 건지 집 밖으로 나가면 모든 게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었다. 아니 사실 무서웠다.


혼자 사니 교통비에 생활비, 월세, 관리비, 생활비까지 써야 하니 2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월급으로는 돈을 모은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오히려 돈을 모으고 싶었지만 모을 수 없었다. 200만 원 언저리로 월급을 받았을 때 일단 100만 원을 무조건 통장에다가 저축을 해둔다. 어차피 돈이 부족해서 출금을 해야 하지만 일단 그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100만 원 먼저 입금을 하고 월세부터 관리비까지 내야 할 돈을 하나하나 해결을 하고 남은 돈을 보면 30만 원도 남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결국 그 돈으로 먹을 것을 해결해야 하고 옷을 쇼핑하러 다닌다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실제로 독립해서 살 때 옷을 내 돈으로 샀던 기억이 있나 싶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없다. 쇼핑을 할 여유도 없었고 실제로 돈도 없었다. 돈이 없다는 게 자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게 아쉽지 않았다. 발 뻗고 누워서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게 좋았다. 물론 내 집도 아니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최악의 집들이었지만 한 달 동안 그렇게 개같이 고생을 하고 받은 월급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집돌이가 된 것 같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편의점에서 폐기가 나오면 그거라도 한 번씩 먹으면 돈이 절약이 되니까 그렇게라도 사는 게 뭔가 재밌고 흥미롭다. 내 통장에서 가장 큰 지출은 술이다. 안주를 시켜 먹지도 않고 그나마 양배추나 양상추 같은 걸 먹거나 과자를 먹는다. 오히려 독립하고 가장 큰 불편함은 생수를 항상 사다 먹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불편함인 것 같다.


다행히 지금 사는 집은 코스트코가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편의점보다 그나마 저렴하게 살 수는 있지만 일주일이나 10일에 한 번씩 방문해서 그 무거운 6개 들이 생수를 사러 다녀와야 한다. 생각보다 그게 가장 불편해서 요즘은 집에서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고 있다. 생수를 사던 집에서 물을 끓이던 돈을 나가는 건 매한가지다. 전기세가 나가느냐 그냥 돈이 나가느냐의 문제.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다. 휴우.

작가의 이전글 난 왜 강아지에게 진심이 되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