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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r 17. 2024

생전처음 국가건강검진을 받았다.

돈이 안돼서 그런가 직원들이 왜 이렇게 불친절할까

국가 건강검진은 내 기억으로 처음이다. 일반 피검사를 할까 아니면 그냥 대상자이기도 한 국가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을 받을까 고민하다가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자는 마음에 국가에서 진행하는 건강검진을 하기로 했다. 이 근처에 있는 내과에 전화를 해서 국가 건강검진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친절한 목소리로 가능하다고 답변을 줬고 금식을 9시간 이상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며칠 전에 일이 오랜만에 들어와서 일을 잘 마치고 집에 왔다. 이제 고생했으니 집에서 간단하게 혼술을 하고 잠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건강검진을 하려고 마음먹고 금식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 다른 날들보다 더 힘들고 더 많이 지쳤다. 보통 일을 나가면 하는 것들을 똑같이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든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술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았다. 정말 피곤해서 눈이 감길 정도였다. 배가 고픈 것도 느끼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잠을 자야 하는데 밥이고 뭐고 일단 냅다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렇게 눕고 눈을 뜨니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눈을 떴다. 물론 그 시간에 일어나서 술을 마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그 시간에 일어나서 마시면 정말 알코올 중독자가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도 자도 피곤함이 가시질 않았다.


부랴부랴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을 잤고 1-2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계속 깼다. 배가 고파서, 술이 먹고 싶어서 깬 것이 아니라 그냥 요즘 잠을 자면서 항상 깊숙이 못 자고 뜨문뜨문 잠을 자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오래 잠을 자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이유에서 더 깨어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내리 잠만 잤다. 열두 시간 넘게 잠을 잤고 술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귀한 날은 또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 내과에 빠르게 전화를 해서 방문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병원에서는 9시간 금식을 하셨냐는 말에 12시간이나 잤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고 새벽에 일어나서 목이 너무 마른 나머지 물을 몇 번 마셨는데 물은 마셔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물도 마시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물 정도야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검사를 했다.


이 병원에서 국가 건강검진은 처음이라 작성해야 하는 설문지가 있다고 했다. 나에게 설문지를 준 직원은 전화를 받은 직원과는 다르게 매우 불친절했고 투덜댔다. 마치 국가에서 하는 건강검진은 돈도 안되는데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가 있나? 대충 하고 넘어가자-라는 느낌으로 병원에 온 환자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설문지를 작성하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정신과적인 문제와 알코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피검사와 엑스레이까지 마치고 난 뒤 혈압을 쟀는데 수치가 높아서 이 정도 수치라면 고혈압에 해당된다고 조금만 안정을 취하고 난 뒤 다시 혈압을 재보자고 했다. 10분 정도 가만히 앉아서 휴식을 취했고 다시 혈압기계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아까 그 불친절한 직원이 옆에 와서 검사 버튼 누르세요-라고 말을 했다. 나는 대꾸도 안 하고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정확히 두 번이나 더 "버튼 누르세요"라고 말을 자꾸 걸어대서 순간 짜증은 나는데 짜증은 못 내겠어서 "숨이 가빠서요"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뒤에 가서 숨 고르고 오세요"라고 투덜대면서 말을 했다.


내가 60대 노인도 아니고 그거 버튼 누를 줄 몰라서 안 누르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 걸까. 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불친절했고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카카오맵 리뷰를 공개하지 않는 업체였다. (보통 업체들은 리뷰창을 막아두거나 하는데 병원에서 막는 건 처음 봤다)


그리고 하루에 한 끼밖에 안 먹고 일을 하고 12시간 잠을 자서 그런지 공복의 몸무게는 평상시보다 2-3kg 줄었다.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면 말도 안 되는 몸무게지만 그래도 안 먹으면 빠지고 운동하면 빠진다는 사실이 꽤나 기뻤다. 그 직원 때문에 기분 좋은 하루를 다 망쳐버린 건 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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