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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29. 2024

앞으로 나의 30대는 과연

나의 30대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혈압은 날이 갈수록 더욱더 높아져만 가는 상황에 병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고지혈증, 간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가 있으니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란 말을 들었지만 나는 그런 것을 할 여유도 없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최근 어머니와 정말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이십여 년 동안 함께 했고 함께 살아왔고 그들의 덕분에 내가 이렇게까지 살 수 있던 것이겠지만 이제는 그들도 아니고 그녀와 떨어져 살아보니 조금 더 그리워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 걱정이 된다는 식의 말과 사회생활을 처음 해보니 네 생각이 많이 들었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모든 것이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비록 제대로 해준 것도 없고 내 앞길조차 막막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를 하고 어느 홈페이지에 가입을 하기 위해서 엄마의 정보를 빌렸던 적도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알고 계시지만 나는 그렇게 써먹기만 했지만 이제라도 이래서 우리 아들이 이렇게 힘들어했구나,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 아들을 힘들게 해서 회사에 적응을 못했고 죽네 사네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손목에 무수히 많은 상처들을 만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에 충격받았다.


나의 부모는 그런 것을 모두 다 묵인할 줄 알았다.


당연하겠지만 내가 자식을 낳더라도 내 자식이 몸을 해치고 자살하네 마네 죽을 소리를 하면 나 역시도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어떻게든 막으려고 그리고 올바르고 올곧은 길로 억지로라도 끌고 왔을 것 같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나의 가족은 참 자유로웠고 모든 것이 편안했다.


비록 우리 집이 내가 어려서는 아빠의 사업이 잘 진행되어서 사립학교를 다니고 초등학교 졸업여행으로 일본을 5박 6일로 다녀와도 아무런 타격이 없었지만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보니까 우리 집은 정말 남들보다 여유롭게 살지 못하는 집이구나라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나는 누나와 같은 대학을 나왔는데 누나가 대학 합격 소식을 들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등록금 이야기를 했고 그게 언제까지 내야 하는지 학과에서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자 아빠는 그럼 이야기 나올 때 말을 해달라며 그 순간을 넘어갔지만 결국 지방에 있는 대학교는 일처리가 참 깔끔하지 못하다는 걸 느꼈다. 입학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 3-400만 원을 납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당장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냐-라는 잔소리부터 무수히 많은 불평불만을 쏟아내기에 급급했다.


그 당시에는 잘 기억하지 못하고 그런 큰돈을 직장인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악몽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나 역시도 그 학교에 합격을 했지만 입학하기 며칠 전까지도 등록금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나도 누나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욕이란 욕은 다 들으면서도 대학에 합격하고 내가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했다.


지금쯤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나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30대는 죽음일지 연명일지 모르겠다. 점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있는 것 같다. 내 손으로 놓는 것이 아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준비를 해야 할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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