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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01. 2024

인생은 살다가 죽는 게 정답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결국 태어나서 누릴 것들을 누리고 그러다 손을 쓰지 못해 결국 죽는 엔딩. 그런 게 정말 인간이 태어난 이유일까 싶기도 하다.


오늘은 하루에 두 번 당근 거래를 하러 돌아다녔더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보이는 노인들 그리고 그 뒤에 자리 잡은 중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학생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앉아있는 20대 파릇파릇한 젊은 커플을 비롯한 서울로 나가려는 화려한 모습의 20대 초반의 여성들까지 굉장히 많은 연령대의 존재들이 좁디좁은 마을버스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런 장면들을 보아하니 결국 태어나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별 것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부터 인간은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싶기도 했다. 뉴스를 볼 때마다 20대의 젊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20대 남녀 네 명이 모여있는 호텔에서 모두 다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볼 때면 인간의 생사는 어찌 보면 정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그러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3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겪고 있지만 나 역시 어렸을 때 보수적인 부모님의 영향 때문에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모든 것을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알려주고 가르쳐준 대로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허망할 것 같다.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를 하고 착한 아이처럼 살아봤자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하라는 대로 정해진대로 따라서하면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보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이 생각을 20대 때는 절대 하지 못하는 생각이었다. 30대가 되고 나서야 하나 둘 후회가 됨과 동시에 주변 20대에게 조금 더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30대가 되고 난 이후에 잔소리가 많아졌던 이유도 그게 아닐까 싶다. 물론 너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 내 말이 법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할 이유도 없다. 내가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거나 성공했다거나 하지 않았기에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기 때문에.


그저 20대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도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20대에 보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옆에서 말해주고 싶지만 워낙 나이차가 많이 나서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입장을 바꿔서 내가 20대 중반 혈기왕성 할 때 누군가 옆에서 잔소리를 해댄다면 나도 너무 짜증이 날 것이고 답답하고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미처 내가 20대 중반에는 뭘 했나 싶을 정도로 여자친구는 잘 살아가고 있다.


요즘 부쩍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실제로 몸이 성치 않고 계속해서 삐그덕거리고 이제는 눈이 잘 안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잠을 자더라도 꿈을 꾸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고 자면서 말을 하거나 몽유증상도 생겨버린 것 같다.


혈압이 높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급적이면 피하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스트레스와 함께 동거를 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지혜롭고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반면 나는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쌓아두고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명령하거나 불합리한 말을 하면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 혈압이 점점 오르기 시작해서 앞뒤 혈압 수치가 3자리를 넘어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 삶은 언제까지 정해져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을 정리할 테고 내가 그나마 조금이나마 할 줄 아는 것들을 여자친구나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냥 죽을 날이 정해져 있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들을 팔아서 일본 가장 가고 싶었던 도시로 여행을 가서 먹고 마시고 후회 없는 일주일을 보내고 죽고 싶다.


워낙 위험한 걸 싫어하고 도전하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위험에 대한 회피성은 극도로 높아서 피해를 볼 일은 많이 없겠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하나 둘 고장 나는 걸 보면 그런 위험이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 확실히 키보드를 저소음으로 사니 타건감이 좋아서 그런가 글이 잘 써지는 기분이군.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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