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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19. 2024

천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지금 살고 있는 집 보증금이 500만 원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끌어모으면 천만 원이라는 금액의 근사치가 될 것 같다. 이 돈으로 창업을 한다거나 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카메라를 사서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고 디제잉 기계를 사서 음악을 틀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유튜브는 이미 생태계가 혼란스러운 플랫폼이기도 한 것 같다. 차은우부터 김재중, 나얼 등 너무나도 유명한 연예인들이 포진되어 있고 뭐랄까 진입 장벽이 너무나도 높은 것 같다.


이전부터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로 틀어놓은 영상은 맛있는 녀석들 먹방이나 곽튜브, 빠니보틀같은 여행 유튜브를 틀어놓고 밥을 먹거나 심심하지 않게 술을 마시거나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재미가 없어서 볼만한 것들이 없다. 얼마나 재미가 없냐면 오사마 빈라덴의 테러를 복수하는 내용의 유튜브도 있고 메이저리그나 코인 관련한 것들밖에 없다. 물론 그런 걸 좋아해서 계속해서 보는 것은 아니고 뭘 볼까 뭘 볼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심심해서 한 번씩 클릭했던 것들이 쌓여서 지금 내 유튜브 피드가 완성된 것 같다.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할 뿐이지 이런 내용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나마 내가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진 찍는 것과 사람들이 보기 좋게 촬영할 수 있는 영상들, 그리고 그에 대한 코멘트나 일기처럼 글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여행을 가서 사진을 이쁘게 찍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다는 콘텐츠로 유명한 사람이 있어서 또 막상 하기에는 덜컥 겁이 난다.


한국에서 여행을 다니면서 사실상 내 기준이지만 이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것은 전봇대와 전깃줄이 풍경을 참 많이 해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위에 앉아있는 비둘기들까지. 서울은 그래도 덜 하지만 수도권을 벗어나면 풍경이나 배경을 해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내가 그런 곳들만 돌아다녀서 그런 건지 색안경이 생겨버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난 한국 여행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면서 부산 바닷가 가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내로남불.)


확실히 서울 촌놈이라 그런지 더러운 걸 못 본다. 무조건 깔끔해야 한다. 화장실도 더러우면 못 가는 편이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태국이나 방콕, 중국 이쪽은 갈 엄두도 못 낸다. 그런 국가들이 더럽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도 그래도 30대 중반이 되어서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들일뿐이다. 최근 태국이나 방콕 이런 곳들도 굉장히 스마트하게 꾸며져 있고 청결 상태도 훌륭하다는 유튜브를 보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을 깨버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누군가 데려가서 이렇게 좋아졌지? 하는 모습을 봐야 고정관념이 깨지려나 모르겠다.


그래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이나마 생기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내가 해봤자 소용없을 거야-라는 마인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추진력보단 포기하는 게 빠르겠다 그 돈으로 뭘 하면 돈이나 벌 수 있겠어? 돈이나 날리겠지 하는 생각까지도 가게 되는 것 같다.


글, 사진 그리고 영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사실 영상보단 사진이 더 좋다. 사진은 그 시간, 그 온도로 찍는 순간으로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서 찍는다고 하더라도 그 느낌이 똑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진을 조금 더 좋아한다.


뭔가 하고 싶어서 유튜브도 건드려보고 인스타도 건드려보고 다 해봤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콘텐츠나 소스가 있어야만 되는데 그걸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지출이 필요하다. 천만 원을 사업금액이라고 생각하고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작을 해보는 게 맞을지 그냥 이렇게 지루하게 술이나 마시다가 처절하게 죽어가는 게 좋을지 어떤 선택을 해도 나에게는 무의미한 것 같다.


이렇게 살아도 처절하게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운 삶인데 그나마 있는 돈마저 홀라당 까먹고 나면 그때는 정말 인생을 포기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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