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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21. 2024

술을 못 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술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 마시는 것 같기도 하다. 방금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을 때 든 생각이었는데 까먹었다. 이 상황이 너무 웃기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예전부터 아니 오래전부터 알바를 하더라도 주문을 잘 기억을 못 했다. 가장 즐겁게 일했던 곳은 스터디카페 같은 공간에서 일을 했는데 2층이 메인 라운지였고 3층이 서브공간이었다. 그곳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초창기 공사를 할 때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뭔가 인테리어부터 공사, 뒤처리까지 하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일을 얼마나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이나 점장님과 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잘 통했으면 통했지 직원들이나 대표님, 본부장님 등 모든 분들이 잘 챙겨주셨고 잘 대해주셨다 인격적으로.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오전 타임이라면 오후에 오는 직원과의 케미도 잘 맞았고 성격도 잘 맞아서 서로 간식을 사다 주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서 굉장히 즐거웠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좋았고 행복했다. 자주 오는 나보다 어려 보이는 분과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가 가장 감동이었다.


나보다 많이 어린 친구였지만 이런저런 사업체에서 스카우트를 받을 정도의 유능한 사람이었다. 종종 오는 얼굴이기에 당연히 기억을 하고 더욱더 친절하게 대하려고 말도 최대한 친절하게 하고 상냥하게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응대를 마쳤을 때 결제를 하면서 조금씩 친해졌고 자주 찾아주는 것에 대한 답례로 간단한 디저트를 시키면 다른 직원들 몰래 더 챙겨주거나 하기도 했었다. 지금 와서는 추억이지만 그때는 그렇게 챙겨주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렇게 친해지고 나서 이제 곧 그만둔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너무나도 당연하게 연락처를 물어봤고 글을 쓰는 인스타그램도 같이 알려줬다. 그리고 얼마 후 돌아온 DM이 굉장한 감동이었다. 3년도 지난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느낌이었다.


"매일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갈 때마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형이 있어서 다른 카페를 갈까 하다가도 그게 눈앞에서 아른거려서 결국 형이 계신 스터디카페로 가게 됩니다. 형의 그 미소와 친절함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져서~~"의 느낌이었다.


당연하게도 너무나도 뿌듯했고 행복했다. 사실 그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도 아르바이트로 입사를 했지만 몇 개월동안 정말 열심히, 직원처럼 일을 했지만 결국 나랑 케미가 좋았던 그 직원은 정직원으로 입사를 한 것이었고 나는 아르바이트였던 것이었다. 나는 그 사실도 모른 상태로 같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해 왔고 나중에서야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사실 거기까지도 괜찮았지만 시키지도 않은 블로그 홍보를 하거나 전화 응대를 하거나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서 했고 블로그도 만들고 글을 쓰고 홍보를 했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됐던 적이 있었다.


그런 목표 달성이 있었으니 나는 당연히 아르바이트에서 정직원으로 계약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고 점장님에게 해당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어봤지만 그게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고 그때 이후로 심각하게 열정이 사라졌고 그게 퇴사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A라는 회사 대표가 있는데 일주일에 3-4번은 오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초반에 왔을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공격적이고 나를 본인 회사 직원으로 생각하듯이 하대를 했다. 그게 너무 심해졌고 올 때마다 너무 당연하게 하대를 하고 소리를 지르고 손가락 질을 해댔다. 그렇게 몇 개월을 응대하다 보니 너무 심적으로 지쳐있었다. 본부장님과 대표님에게 해당 내용으로 말씀을 드리니 대표님이 잘 아시는 분이라고 해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놓겠다고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대표가 아르바이트생인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도 되고 해결해주지도 않아도 될 일이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었고 내가 그 사람만 오면 심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고 PTSD가 온 것처럼 평소에 잘하던 계산과 결제도 그 사람만 오면 벌벌 떨고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접객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만두는 게 아깝지 않겠냐는 말에 강남에서 을지로로 매장을 변경해서 출근을 했지만 그곳에서는 아예 회사원들이 대관을 하는 곳이어서 적응하기가 더 힘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을지로에서 이대역 근처 매장으로 발령받았다. 거기서도 적응을 잘하는가 싶다가도 이미 두세 번 옮긴 매장에 있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마지막으로 일을 한 매장에서도 점장이나 직원들이 싹 교체가 된 상황이어서 적응하기 더욱더 힘들어져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니까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내가 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 풀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3시간 후에 일어나야 하는데 술을 계속 마시고 있어서 그런지 제목과 글이 일맥상 통하지 않은 경우가 생긴 것 같다. 참 글을 막 주저리주저리 쓰는구나 싶다.


읽기 힘드신 분들을 위해 미리 죄송하단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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