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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24. 2024

도대체 인터넷이 안 되는 이유가 뭔데?

작년 8월 초 오피스텔에 들어와서 살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에서는 처음 사는 거라 왜인지 모를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했고 오피스텔이라는 곳은 나에게 금기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오피스텔은 소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깊숙이 박힌 서울 촌놈의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피스텔은 월세도 월세지만 관리비가 장난이 아니다. 냉방비도 따로 청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켜야 해서 관리비가 많이 나오고 겨울에는 뜨겁고 따듯하게 자야 하기 때문에 난방을 틀고 온수를 틀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얄짤없이 나온다.


나도 이 집에 이사 오기로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까지도 계속해서 찾아봤다. 오피스텔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적게는 기본 값인 15만 원부터 시작해서 온수를 많이 쓰고 전기 등을 많이 쓰면 2-30만 원은 우습다는 말을 듣고 나는 너무나도 무서웠고 두려움에 떨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이 동네로 와서 관리비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매 달 20만 원이라는 돈을 관리비로 내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 살면서 집을 3-4번 이사를 했다. 이제는 몇 번 옮겼는지 기억하기도 귀찮다. 첫 번째 집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해도 잘 들어왔지만 집주인이 정말 막장이었고 이런 건물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세입자들의 이야기나 연락을 많이 들어주지는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집도 좁디좁은 정말 원룸이 아니라 한 평짜리 집이었고 해도 잘 들어오지 않는 집이었다. 오죽했으면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경찰을 불러서 나를 신고했을까.


나는 집을 옮길 때마다 공유기를 들고 다녀서 벽면에 있는 랜선포트에 꽂아서 와이파이를 사용하거나 랜선을 이용하곤 했다. 나는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이 오피스텔로 이사를 오고 난 이후로는 입주와 동시에 인터넷 개통을 신청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가 다른 집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본인 와이파이는 비밀번호를 걸어둬서 외부인이 사용할 수가 없다) 심지어 인터넷 개통을 한 옆집, 앞집의 랜선을 몰래 끌어와서 내 데스크톱에 꽂아서 인터넷을 몰래 빼먹는 것도 아니다. 그럴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내가 사는 곳의 오피스텔 관리사무실에서는 이쪽을 잘 모르는지 그거 옆집 인터넷 끌어다 쓰는 거라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제가 옆집한테 가서 칼이라도 들이밀고 인터넷 쓰게 선 좀 주쇼- 하고 협박을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뇌물을 가져다주면서 와이파이 비밀번호 좀 알려주세요 한 것도 아니다.


나는 내가 계약한 내 공간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 것뿐이고 그것으로 인해 몇 개월동안 평화롭게 잘 사용했다. 하지만 이걸 누가 연결을 해제하는 건지 선을 끊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인터넷이 안되거나 와이파이가 되지를 않는다. 별 수를 다 썼지만 이 집으로 들어오는 인터넷 신호 자체가 부족하거나 없거나 중간에 누군가가 끊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로 인해 나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게 되었고 pc방을 가서 일을 해댔다.


벽면에 있는 인터넷 포트는 인터넷 개통을 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게 아닌가요? 관리소장 아저씨? 난 정말 이게 이해가 안 돼요. 내가 내 공유기 가져와서 벽면에 있는 랜포트를 와이파이로 변경해서 사용하겠다는데 그것마저도 인터넷을 개통해서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다면 논리적으로 설득해 주세요. 정말 인터넷 안되는 거 미쳐버리겠고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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