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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27. 2024

병원 그리고 청약 그리고 새로운 일

 나에게는 지금 다양한 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일단 가장 걱정스러운 간 문제를 포함한 오른쪽 팔목에는 엑스레이 상으로는 큰 문제는 없지만 이 부분에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재발 가능성이 높고 오래갈 수 있는 디스크 위치라고 했다. 사실 오른손이 몇 개월 전부터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때도 같은 병원에 와서 엑스레이를 찍어봤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해서 별 문제 아니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그 이후로 또 가서 이번에는 손목 오른편에 위치한 튀어나온 뼈 근처와 손 아래쪽 손날 부위를 회전할수록 너무 아프기에 병원에 또다시 갔다.


이번에도 엑스레이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했고 이상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의심스러운 건 이 부위에 디스크가 생긴다면 계속해서 재발할 수 있는 위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 봤던 표정은 걱정이 한가득 한 얼굴이셨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저번에 오셨을 때 찍었던 허리는 좀 괜찮아졌어요?"라고 물으시기에 이전보다는 괜찮아졌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조심스럽게 "스트레칭은 좀 하시나요?"라고 물으시기에 "아 아니요.. 헤헤"라고 머쓱하게 웃으면서 대답했고 선생님은 걱정스러우셨는지 이게 지금은 버틸 수 있을 정도지만 나중에 스트레칭도 안 하고 계속 부위에 통증이 전해지면 나중에는 버티지도 못한다고 하셔서 스트레칭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아니 스트레칭이 문제가 아니라 술 먹고 맨날 맨바닥에서 자빠져 자는데 허리가 아프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고 일을 하면서 허리를 올곧게 세우면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허리를 길게는 7-8시간을 구부렸다 폈다 해야 하는 자세가 있기에 더욱더 걱정해 주시는 듯했다.


의사 선생님은 일단 먹는 약과 엉덩이 주사를 맞자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주사실에서 엉덩이 주사를 맞았는데 주사를 특이하게 놔주시는 분이시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뭐냐면 보통 맞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사약을 섞지 않고 하나씩 주사를 맞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병원은 특이하게 약을 여러 개 섞어서 주사를 놔주시는 듯했다. 주사실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멀뚱멀뚱 서있었는데 1-2분 정도 주사에 들어갈 약을 제조(?)하고 계신 듯했고 주사를 놔주실 때도 들어갑니다, 뻐근합니다, 약 천천히 넣을게요 하시는데 응?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으윽 했더니 왜요? 뻐근하세요?!라고 다급히 말씀하셨고 아 아닙니다라고 급하게 안심을 시켜드렸다. 생각보다 약이 강했는지 주사 맞은 부위가 생각보다 뻐근했다. 그리고 꽤나 오래갔다. 그리고 결제를 먼저 하라기에 결제를 하러 갔는데 결제 금액이 9만 7천 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예? 9만 원이요? 했더니 9만 7천 원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카드 잔액을 5만 원 정도만 들고 갔는데 2배가 나와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결제를 하면서도 물리치료가 있다고 해서 그렇게 비쌌던 이유도 알게 됐다. 물리치료 2가지와 체외충격파를 받으라고 예약을 잡아주신 것인데 체외충격파가 너무 공포 그 자체라서 혹시라도 안 하겠지 오늘은 물리치료만 하겠지 그렇게 심한 통증은 아니니까 하지 않겠지라고 되뇌었지만 결국 치료의 끝은 체외충격파였다.


물리치료사 선생님도 내 통증 부위를 치료해 주시면서 어우 아파요?! 많이 아프신가 보네 요리하신다고 들었는데 이거 다 데인 상처예요? 불 앞에서 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보셨고 참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볼 때는 틱틱거리고 좀 짜증 아닌 짜증을 부리시는 듯했지만 그냥 그런 사람이었지 않을까 싶다. 치료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충격파 하시고 가셔야 됩니다~라고 말을 하는데 등 뒤로 소름이 끼쳤다. 으윽. 올게 왔구나.


체외충격파 선생님에게 통증부위를 말씀드리니 저번엔 허리 하셨죠? 여긴 거기보다 더 아파요-하면서 웃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허리는 굵고 넓기라도 하지만 팔목은 뼈 자체가 얇아서 많이 아플 거예요 아니 많이 아파요. 하는데 각오는 했지만 정말 공포의 15분이었다. 마치 힘 좋은 장어나 곰장어, 소금밭 위에 있는 대하나 소금들이 생각날 정도로 팔딱거렸고 온몸에 땀이 흥건했고 입을 틀어막으면서 버텼지만 이건 버틴다고 버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지옥의 시간이 지나고 무사히 보험청구까지 마쳤다.


그리고 그다음엔 피부과를 가서 무좀 때문인지 발이 건조해서인지 발가락 살이 찢어져서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 되어서 그리고 햇빛 알레르기가 심해진 것 같아서 찾아갔다. 결과는 햇빛 알레르기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아토피인 것 같다고 했다. 난 평생 햇빛 알레르기라고 알고 살았는데 아니라고 하니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


그렇게 병원 투어를 마치고 생전 처음 해보는 주택 청약을 들으려고 은행에 갔다. 은행 마감시간 20분 전에 도착해서 그런지 직원 분이 굉장히 급해 보였고 빨리 처리를 해주려는 모습이셨다. 왜인지 모르게 죄송했고 33년 처음으로 주택청약이라는 걸 처음 넣어봤고 나는 아직 일도 불안정하고 벌이도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2만 원부터 넣기로 했다. 2년은 통장을 해지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2년 동안 돈을 넣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일을 알아봐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이 편하고 하는 일에 비해서 돈도 많이 벌고 한다지만 원초적으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 자꾸만 탈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을 배우던 알바를 하던 뭐라도 해봐야겠지. 그리고 8월에 만기 되는 오피스텔을 재계약하지 않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로 했다. 본가로 들어가면 돈은 세이브되겠지만 그만큼 눈치도 봐야 하고 술도 집에서 마음껏 먹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또 눈치를 받을 것이다.


내 인생은 이제 슬슬 마감을 할 시기가 찾아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더 이상 뭣도 하고 싶지가 않다. 이번 달에 일을 많이 했으니 돈을 많이 받으면 전기 오토바이나 디자인 작업에 부족하지 않은 노트북을 사거나 정말 돈을 많이 받으면 일본 여행을 2-3주라도 다녀오려고 했지만 그 모든 게 소용 없어질지도 모른다. 돈을 받는 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아니 사실하고 싶은데 무서운 게 가장 큰 이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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